"최저임금 대폭 인상, 일자리 감소 불 보듯"
경기 파주에 있는 중소 식품업체 B사는 지난해 설립 2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대형마트 입점에 성공하면서 직원 수를 늘리는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섰지만 침체된 경기 탓에 매출을 늘리기가 쉽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2년 전부터 크게 늘어난 직원 인건비였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7.2%)으로 연간 인건비가 5억원 정도 늘어난 반면 매출 증가폭은 이에 한참 못 미쳤다. B사는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올라가면 기업 생존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예정이다.

17일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최한 ‘최저임금 인상, 약인가 독인가’ 토론회(사회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에 참석한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만난 B사 간부의 이 같은 우려를 전하면서 “최저임금의 큰 폭 인상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비판했다.

정부와 청와대, 새누리당은 지난 15일 제2차 정책조정협의회를 열고 ‘적정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적정 수준이 어느 정도의 인상률을 의미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

허 교수는 “임금이 올라 가격 경쟁력이 낮아진다면 고용을 줄이거나 사업을 축소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작년 6월)에 따르면 중소기업 중 44%가 ‘최저임금이 오르면 신규 채용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감원하겠다’고 한 기업도 25.9%에 달했다.

허 교수는 또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납품 가격을 올려주거나 이것마저 여의치 않으면 해외 이전을 고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결국 국내 일자리 감소와 해외 이전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이날 토론회에 나온 다른 참가자들도 “일자리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을 강제로 올린다면 노동 공급(구직자)은 증가하는 반면 노동 수요(고용)는 오히려 줄어든다”며 “결국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실업자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받는 근로자를 양산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김판중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장은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근로자는 2000년 1.1%(5만4000여명)에서 올해 14.6%(267만여명)로 급증하는 추세”라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은 임금을 올리지 않고 불법으로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2013년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11.4%(208만6000여명)에 달했다. 이는 2001년(4.3%)보다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때문에 참석자들은 최저임금의 일률적인 인상보다는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최 교수는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근로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데 있다”며 “기초연금이나 근로장려세제 등을 보완해 실질적으로 저소득 근로자 가구의 소득을 늘려주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