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뿐 아니라 포스코그룹 전체의 부실계열사 인수 과정으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검찰 수사의 핵심인물로 떠오른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13일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포스코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정 전 회장과 포스코건설 비자금에 관련됐든 박 모 상무 등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회장은 2009년 전임 이구택 회장이 세무조사 무마 청탁 의혹과 관련해 임기를 남겨두고 돌연 사퇴한 뒤 회장 자리에 올랐다.

정 전 회장은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에 선임된 지 3개월밖에 안된 시점이었는데 같은 회장 후보로 거론됐던 윤석만 전 포스코 사장을 제치고 회장에 선임됐다.

정 전 회장은 1948년 경기도 수원 태생으로 서울대 공업교육과를 졸업한 뒤 1975년 엔지니어로 포스코에 입사했다.

엔지니어출신답게 포항종합제철 제강기술과장, 생산기술부장, 광양제철소장, 생산기술부문 부사장 등을 지냈고 2007년 2월 포스코 사장에 올랐다가 2008년 11월 포스코건설 사장에 선임됐다.

당시 증권가 정보지 등에는 정 전 회장이 건설 사장에 선임된 지 3개월도 채 안 돼 포스코 회장으로 선임된 점이나 회장 선임 이후 포스코가 잇달아 비전문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한 배경에 이명박 정부의 실세가 자리 잡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정 전 회장의 승승장구에는 '왕 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비롯한 이명박 정부 실세들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정 전 회장은 3년 뒤인 2012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해 차기 3년을 보장받았으나 2013년 11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정 전 회장의 재임기간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 등 다양한 업체를 인수하면서 비철강 부문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실제 정 전 회장이 선임된 2009년 포스코의 계열사 수는 35개에 불과했는데 3년 뒤인 2012년에는 2배인 70개로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당시 인수한 업체 중 상당수가 자본이 잠식되는 등 실적이 악화돼 애초 인수 때부터 전망이 없는 부실업체를 인수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대표적으로 2010년 3월 지분 40.4%를 인수한 성진지오텍은 2013년 7월 포스코플랜텍과 합병했지만 실적 부진으로 자본이 잠식돼 포스코가 계속 증자를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 전 회장의 후임인 권오준 현 포스코 회장은 작년 3월 취임 이후 1년이 지난 최근까지 부실 계열사 정리 등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