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마진 줄어 은행 수익성 더 악화될 듯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 연 1%대로 내림에 따라 은행권 예금·대출금리도 속속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12일 결정한 기준금리는 연 1.75%로 사상 최저치다.

지난해 10월 2.00%로 내린 데 이어 추가로 0.25%포인트를 인하한 것이다.

이미 세계 각 국의 금리 인하 추세에 따라 올해 들어 시장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 말 2.098%였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선이 무너져 11일 1.907%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이번에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짐에 따라 시장 금리는 또 내려갈 수밖에 없고, 이를 추가로 반영해 예금·대출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어 여신금리도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예대마진 축소등으로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돼 수신금리 조정도 일정부분 검토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시장금리의 변동 추이를 지켜보면서 수신금리 인하 여부와 시기, 폭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봐서 반영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여신금리의 경우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 큰 폭으로 내려가긴 힘들 거 같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예·적금 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됨에 따라 시중에서 1년 만기 기준으로 연 2%대의 정기예·적금 상품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반대로 연 1%대의 정기예·적금 상품은 더욱 늘어 이자 소득이 한층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대출금리의 경우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기준으로 은행 수신금리를 가중 평균해 산출하는 코픽스(COFIX)를 기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하는 1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08%로 지난해부터 최저치 경신 행진을 이어왔다.

예·적금 금리와 대출금리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시중은행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들은 수익의 90% 이상을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에서 나오는 이자수익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수년 새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예대금리차는 급격히 줄었다.

2005년 2.81%였던 순이자마진은 지난해 1.79%까지 떨어졌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2011년 이후부터 기준금리와 순이자마진이 같이 가는 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졌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준금리가 내려간 이상 은행의 수익성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홍국기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