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0%에서 연 1.75%로 인하한 12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 딜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0%에서 연 1.75%로 인하한 12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 딜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미국 달러화의 초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각국 통화가치는 추락했지만 원화는 예외에 속했다. 올 들어 수출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 등이 통화완화에 나설 때도 한국은행이 제자리를 지켰던 영향이 컸다. 그랬던 원화가치를 최근 급격히 끌어내린 것은 완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한은이 12일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만큼 향후 환율 흐름이 관심사다.

◆가속화하는 ‘슈퍼달러’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가치 하락)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일. 이날 하루에만 13원40전 치솟더니 10일(10원50전), 11일(3원90전)까지 연속 오름세였다. 사흘간 오름폭은 27원80전에 달했다.

하루 70억달러 정도였던 서울외환시장의 거래액도 지난 11일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김성순 기업은행 자금운용부 팀장은 “최근 며칠간 역외에서 달러를 사려는 주문이 몰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며 “달러가치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늘면서 매수 세력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의 고용지표가 좋게 나오면서 달러 강세가 가팔랐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글로벌 달러인덱스지수가 급등하면서 2003년 이후 처음 100 돌파를 앞두고 있다.
장중 환율 급등하자 수출기업 달러 대거 매도
◆역외세력도 차익 실현

여기에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가세했다. 저물가가 깊어지자 한은도 다른 중앙은행들처럼 경기 부양을 위한 완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금리가 내리면 국내 주식·채권시장에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이 줄면서 원화가치가 하락하는 요인이 된다.

이날 오전 금리인하 소식에 원·달러 환율은 10원 가까운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잠시였다. 달러를 쌓아놓은 수출업체들이 달러 매도로 맞서면서 환율 상승폭은 금방 줄어들었다.

국내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며칠 전 강달러를 예상하고 달러를 사들인 역외 쪽에서 차익실현성매도가 이어졌다”며 “금리인하 변수는 일단 소진됐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추가 상승폭 크지 않다

며칠간 가파른 약세 끝에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한 달 사이(2월12일~3월12일) 1.41% 내렸다. 한은이 일일 환율을 집계하는 주요 44개국 가운데 24번째로 하락폭이 크다. 일본(-0.96%)이나 인도(-0.60%)의 통화가치 하락폭에 비하면 크지만 브라질(-9.11%) 스위스(-8.70%) 유로존(-6.84%) 통화에 비하면 크게 내린 것도 아니다.

한은의 금리 인하로 원화 하락 속도가 다른 국가 통화를 얼마나 따라잡을지는 미지수다. 단기 급락에 대한 피로감이 우선 높다는 지적이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가팔랐던 만큼 달러당 1130원대에서는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가 몰리면서 상승속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면서 수출기업들이 안고 있는 달러가 적지 않다. 시장에선 당분간 환율이 달러당 1110~1140원대에서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달러당 1130원대를 뚫은 이상 1140~1060원대까지도 쉽게 오를 수 있다”며 “강달러가 지속되면서 신흥국 통화가치는 하락 압력을 계속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오는 6~9월 외환시장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