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통일 후 가장 신경써야할 건 北 '질투' 관리"
“통일 후 독일은 동·서독 사람들 간의 심각한 ‘질투 투쟁’을 겪었습니다. 심한 문화 차이로 서독인들이 동독인들을 우스꽝스럽다며 놀려댄 게 사회문제화된 것이죠. 통일 한국에서도 남북한 간의 문화적 반목인 ‘질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정치·경제 관리 못지않게 중요할 겁니다.”

‘2015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둘째 날인 10일 ‘보이지 않는 손-문화의 힘’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김정운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사진)은 이렇게 말했다. 김 소장은 “문화 차이는 곧 질투 투쟁”이라고 말한 프랑스 학자 르네 지라르를 인용하며 “통일 후 가장 신경써야 할 것은 북한의 ‘질투’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사람들이 경제력 차이로 인해 남한 사람들에게 심한 열등감을 느끼다 질투로 커질 경우 통일 이후 질적인 통합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치·경제 통합 못지않게 문화적 갈등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1987년 독일로 유학 가 통일 과정을 직접 지켜본 그는 먼저 “통일은 갑자기 찾아온다”고 말했다. 유학 직후 독일인에게 통일이 될 것인지 물으면 아무도 ‘그렇다’고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지식인 대부분은 통일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여행자유화 법안’이 나왔고, 그가 유학 간 지 2년 만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김 소장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독일 통일이 이뤄졌다”고 회상했다.

김 소장은 통일에 대해 문화·심리적 분석 없이 정치·경제적으로만 접근하는 건 단기적 시야라고 강조했다. 그는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지만 사람들 간의 문화·심리적 장벽은 더 높아졌다”며 “이를 잘 관리해 문화적 통일을 이뤄야 진정한 통일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 간의 직접적 갈등인 심리적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정치와 경제 등 모든 측면에서 두세 배 이상의 갈등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김 소장은 이어 “독일이 통일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유럽공동체’라는 보다 넓은 시야로 통일문제에 접근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시야를 좀 더 넓힐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민족 개념을 뛰어넘어 동아시아 공동체라는 개념으로 접근할 때 해결책이 보이고, 통일 후 유럽의 독일처럼 동아시아에서 통일 한국의 역할도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한신/유하늘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