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 봄은 오지 않았다
“기업들은 정년 60세다 뭐다 해서 채용을 꺼리고, 노동조합은 어떻게든 일자리를 내놓지 않으려고 울타리를 치니, 도대체 어디서 청년 일자리가 생겨나겠습니까.”

취업 지원을 맡고 있는 박선규 성균관대 인력개발원장(토목공학과 교수)의 휴대폰 너머 목소리에는 답답한 심정이 잔뜩 배어 있었다. 성균관대가 70%에 가까운 취업률로 전국 1, 2위를 다투고 있다지만 “대학원 진학자, 졸업 유예 학생 등을 빼면 실제 취업률은 절반밖에 안 된다”며 “젊은이들이 죽을 지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청년(만 15~29세) 실업자는 39만5000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는 ‘공식 실업자’(경제활동인구 중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일 뿐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부터 보조 지표로 발표하는 체감실업률로 계산하면 청년 실업자는 107만1000명으로 불어난다. 이를 반영한 청년 체감실업률은 21.8%로 공식 청년 실업률(9.2%)의 두 배가 넘는다.

‘청년 체감 실업자’ 수는 관련 통계를 발표한 지 몇 달 되지 않아 어느 시점에 100만명을 넘어섰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공식 실업자의 2.7배에 달한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107만명이라는 숫자는 공식 실업자 39만5000명에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싶은 청년 근로자(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 6만5000명과 △구직활동을 안 하고 있지만 취업을 희망하고, 취업할 의지도 있는 잠재경제활동인구 61만1000명을 합한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일하고 싶은 욕구가 완전히 충족되지 못한 노동력’도 실업자 통계에 포함할 것을 각국에 요구해 뽑아낸 것이다.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는 근로시간이 한 주에 36시간 미만이면서 추가로 취업을 원하는 근로자를 말한다. 취업 준비 중인 아르바이트생이 여기에 포함된다. 잠재경제활동인구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했지만 취업이 불가능했던 사람과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은 하지 않았지만 이 기간에 취업을 희망했고, 취업도 가능한 사람을 뜻한다.

일자리 2년 새 9만개나 줄어…졸업유예 속출

통계청 관계자는 “학교를 졸업한 뒤 학원 등에 다니는 취업 준비생이나 단기 구직단념자 등이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 체감 실업자들은 취업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취업 준비를 위해 휴학한 대학생 비중은 2007년 5.3%에서 2012년 9.4%로 높아졌다.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도 수만명에 이른다. 한두 과목을 신청한 뒤 9학기, 10학기를 다니면서 취업을 준비 중인 서울대생 비율(전체 졸업생 가운데 학기를 연장한 학생 비율)은 2011년 각각 51.9%와 26.0%에서 2013년 59.7%, 34.1%로 높아졌다. 상대적으로 취업에 유리한 ‘스펙’을 갖고 있는 서울대 졸업생 3명 중 1명이 10학기 이상을 다녔다는 얘기다.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춰 취업하고 싶어도 일자리 수는 절대 부족하다. 지난해 청년을 포함한 구직자 수는 약 293만3800명에 달했지만 일자리 수는 약 169만5000개로 2년 전인 2012년(약 177만8500개)보다 더 줄었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일자리 공급 능력이 예전 같지 않다. 제조업이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제품과 산업의 라이프 사이클도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미래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기업들로선 고용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내년부터 정년 60세가 의무화됐지만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그대로다. 기업이 원하는 정리해고 요건 완화 등 고용 유연성 확대를 위한 정책 입안은 완전히 안갯속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최근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 고용 확대에 역행하는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각종 투자 고용 관련 조세 감면도 줄이고 있다.

김홍열/김주완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