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과세? 변호사 급증? 지난해 조세 불복 '사상 최다'
지난해 정부 과세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요청한 건수가 사상 처음으로 8000건을 넘어섰다. 통상적인 경우에는 무리한 징수가 많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연간 2000여명씩 쏟아져 나오는 변호사들이 ‘일감’ 확보를 위해 기업 등을 상대로 소송을 부추긴 측면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종시 옮긴 뒤에 오히려 급증

2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과 기업이 정부 과세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요청한 건수는 8474건으로 전년(7883건)보다 591건(6.9%) 늘었다. 2013년(전년 대비 22.7%)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내국세와 관세에 대한 심판 청구 건수는 5873건, 426건으로 전년보다 각각 838건, 113건 증가했다. 지방세에 대한 조세불복 건수는 전년보다 360건 감소한 2175건이었다.

2년 연속 청구 건수가 급증한 것은 당초 조세심판원의 세종시 이전(2012년 말)으로 심판 청구 건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온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정부 관계자들은 국세청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감사원에 심사 불복 청구를 하는 등 다른 ‘대안’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왕복 4시간을 들여 세종시 조세심판원을 찾는 납세자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기가 좋지 않아 세금징수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많았던 데다 억울한 세금 부과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권리 의식도 높아졌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변호사 매년 2000명 쏟아져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앞세워 세무조사를 확대한 것과 관련성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법인과 개인사업자에 대한 추징세액은 2009년 2조5506억원(6936건)에서 2013년 7조6196억원(9520건)으로 급증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국세청이 지난해 경기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자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일선 기업의 조사 체감도는 높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세불복 급증을 조세심판의 법적 대리인 자격을 갖고 있는 변호사 숫자 증가와 결부짓는 시각도 만만찮다. 변호사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제도 도입 전까지 사법시험을 통해 매년 1000명 안팎이 배출됐지만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처음으로 등장한 2012년 이후에는 연간 2000명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법조인은 로스쿨과 사법시험별로 각각 1550명, 221명이었다. 이에 따라 변호사 숫자는 2011년 1만2607명에서 지난해 1만8708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한 로펌 관계자는 “변호사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변호사들이 그동안 세무사들의 영역으로 치부해왔던 조세심판 대리인 분야까지 적극 진출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소송도 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