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세금폭탄' 오해와 진실] 몇백만원씩 토해낸 사람들 누구? 연봉 6000만원 이상이 대다수
['13월의 세금폭탄' 오해와 진실] 몇백만원씩 토해낸 사람들 누구? 연봉 6000만원 이상이 대다수
연말정산 결과가 반영된 2월 월급을 받은 직장인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13월의 보너스’로 불렸던 연말정산이 ‘세금폭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된 데다 정부 발표와 달리 연봉 5500만원 이하 근로자들의 세 부담도 크게 늘어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세법 개정을 통해 전체적으로 직장인들의 세 부담이 9300억원 정도 늘어나겠지만 대부분의 부담은 연봉 7000만원 이상 고소득자들이 안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연봉이 2000만원인데 150만원을 연말정산으로 토해냈다’는 극단적인 사례들이 인터넷 포털 등에 등장하면서 정부를 성토하는 글들이 확산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연말정산 관련 오해와 진실을 알기 위해 기획재정부 연말정산대책단, 국세청 원천세과 연말정산담당자를 붙잡고 직접 물어봤다.

▷월급이 200만원인데 연말정산으로 150만원을 토해냈다는 사례가 인터넷에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된 건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연봉 2400만원(월급 200만원) 이하인 사람은 세율 12%를 적용받지만 4대 보험료 공제, 근로소득공제 등으로 실제 부담 세율은 6%(국세청 파악 소득 기준 연 1200만원 이하)로 떨어진다. 그런데 매달 간이세액공제(원천세)로 6~7%의 세금을 납부했다. 이미 세금을 다 냈기 때문에 추가로 납부할 세금도 없다. ”

▷대상을 좀 넓혀 보면 연봉 4000만원 이하인 사람 가운데 몇 백만원을 추가로 납부하는 사례가 있다는데.

“그런 사례는 실제로 좀 있었다. 하지만 대단히 예외적인 경우다. 연간 총급여가 3000만원인데 이번 연말정산 때 150만원 정도 추가로 납부한 사람이 있긴 있다. 조사해봤더니 근로소득자로 등록은 돼 있지만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은 총급여의 대부분을 연말에 한꺼번에 받았는데 회사 측에서 전산상의 실수로 원천세를 정상적으로 떼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었다. 미리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연말정산에서 부담한 금액이 컸다.”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면세점 소득은 어느 정도인가.

“소득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연봉이 6000만원이어도 공제를 많이 받은 사람은 세금을 안 낼 수도 있고 소득이 4000만원이어도 공제가 별로 없으면 세금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상 2000만원 이하 연봉을 받는 사람은 세금 부담이 없다고 보면 된다. 1600여만명에 달하는 근로자 중 500만명가량은 세금을 전혀 내지 않고 있다.”

['13월의 세금폭탄' 오해와 진실] 몇백만원씩 토해낸 사람들 누구? 연봉 6000만원 이상이 대다수
▷직장인들의 실효세율(소득 대비 실제 부담하는 세금 비율)은 어느 정도 되나.

“총급여 3000만원 이하는 거의 납부액이 없다고 보면 되고 연봉 5000만원 근로자는 3% 정도 된다. 연간 납부하는 총세금이 평균 150만원이라는 얘기다. 이런 식으로 연봉 7000만원은 5%, 1억원은 8% 수준이다. 연봉이 5억원으로 높아지면 실효세율이 27%로 껑충 뛰어오르지만 이런 사례는 별로 없다.”

▷교육비, 의료비, 기부금 등이 세액공제로 바뀐 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나.

“그렇다. 하지만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 해당하는 얘기다. 교육비를 예로 들어보자. 과거 소득공제에서는 교육비로 300만원을 썼을 때 총급여 2억원인 고소득자는 114만원 수준의 혜택(300만원×세율 38%)을, 총급여 2000만원인 소득자는 18만원의 혜택(300만원×세율 6%)을 받았다. 하지만 세액공제로 바뀐 뒤 교육비 300만원에 대해 소득에 상관없이 모두 45만원(300만원×15%)의 공제가 적용된다. 즉 총급여 2억원인 고소득자는 세 부담이 69만원 늘었고 2000만원인 소득자는 오히려 27만원 정도 줄었다. 연봉이 5500만원 정도 되는 근로자는 300만원의 교육비를 지출했을 경우 지난해와 올해 모두 45만원(300만원×15%) 수준의 공제를 받아 별 차이가 없다.

▷그래도 6세 이하 자녀가 많은 사람은 확실히 세금 부담이 늘어난 것 같다.

“맞다. 특히 지난해 자녀를 출산했거나 입양한 직장인의 경우 출산입양 공제가 없어진 데다 다자녀추가공제도 사라져 세 부담이 늘어난 사례가 많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6세 이하 자녀가 셋 이상인 직장인은 1만2000여명(0.06%)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런 사람들의 추가적인 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연말정산이 모두 완료된 뒤 추가적인 세 부담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나오면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봉 5000만~6000만원 가운데 작년보다 200만~300만원 더 세금을 토해냈다는 사람은 어떤 경우인가.

“연봉 6000만원 이상인 근로자 중에 그런 사람이 나올 수 있다. 기업체의 부·차장급이다. 작년까지 교육비, 의료비, 기부금 공제를 많이 받았던 사람들이 올해 타격이 클 것이다. 작년까지는 자신의 소득세율만큼 이런 항목의 공제를 받았는데 올해는 공제율이 15%로 일원화돼 공제가 확 줄어든 것이다. 연봉 6000만원 이상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10%가량 된다.”

▷정부가 아무리 설명해도 상당수 근로자는 지난해에 비해 세금 부담이 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일부 중산층에서 일시적으로 수백만원씩 세 부담이 늘게 된 것은 결과적으로 죄송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세 부담은 조금씩 늘어날 수밖에 없다. 비슷한 연봉자 가운데 편차가 커진 것은 다시 조정할 생각이다.”

세종=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