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용예산 '미스터리'] 지자체도 '방만 편성'…안쓴 예산 16조
지방자치단체와 지방 교육청의 과도한 불용 예산도 효율적인 재정 집행을 가로막고 있다. 방만한 예산 편성과 부정확한 사업 예측으로 수조원의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자체의 연간 불용액은 최근 4년 새 3조3000억원이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불용 예산은 16조1000억원으로 전체 예산(208조8000억원)의 7.7%에 이른다.

2013년 불용 예산은 2010년(12조8000억원)보다 3조3000억원 늘었다. 공사 지연 등으로 불용액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보통 불용 규모는 전체 예산의 2~3%가 적정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급증하는 무상복지로 지방재정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수십조원의 예산이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있는 것은 애초 세출예산 수립이 잘못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학생 수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교육재정교부금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현상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향후 교부금을 줄일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중앙정부는 내국세의 20.27%를 지방재정교부금으로 매년 지방교육청에 지급하고 있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세수도 늘어나기 때문에 교부금은 매년 증가하게 마련이다. 교육재정교부금은 2010년 32조4000억원에서 2013년 42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저출산 여파로 학생 수가 줄어드는 현상을 감안해 향후 교부금 지원액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속내다. 실제 2012년 723만명에 달했던 초·중·고교 학생 수는 올해 590만명으로 쪼그라든다. 2036년에는 400만명대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상엽 조세재정연구원 세법연구센터장은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만큼 낮춰도 학생 수 감소로 지방교육청 재정에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불용액도 큰 편이다. 지난해 지방교육자치단체가 예산대로 쓰지 않고 남긴 돈(이월·불용액)은 4조1529억원에 달했다. 올해 누리과정 사업 중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2조1429억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지방 교육청이 지출 예산을 효율적으로 짠다면 어린이집 보육료 재원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경민/김주완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