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해외 직접구매(직구)에 입문한 주부 A씨는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50만원짜리 핸드백을 주문했다. 하지만 막상 제품을 받아보니 ‘짝퉁’이라 의심될 정도로 품질이 조악했고 보증서도 들어 있지 않았다. A씨는 구매대행 업체에 반품을 신청했지만, 이 회사는 “왕복 항공배송비를 포함해 32만원을 물어내라”며 배짱을 부렸다.

"50만원 가방 반품, 32만원 물어내라" 구매대행사 반송비 횡포
A씨의 사례처럼 반품·환불을 요청하는 소비자에게 터무니없이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저지른 구매대행 업체들이 무더기로 철퇴를 맞을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에게 사전 고지한 내용과 다른 수수료와 위약금을 요구한 구매대행 업체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했다고 23일 밝혔다. 위즈위드, 옥션이베이, 엔조이뉴욕 등 유명 업체를 포함해 11개 업체가 조사를 받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심사보고서 작성을 마쳤고, 오는 3~4월 중 공정위 소회의에 상정해 제재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직구는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소비자가 중개업체를 끼지 않고 해외 쇼핑몰에서 직접 주문하고 배송받는 ‘직접배송’, 한국으로 배송이 불가능한 상품을 중개업체가 현지에서 대신 받아 국내에 보내주는 ‘배송대행’, 주문부터 배송까지 중개업체에 맡기는 ‘구매대행’이다.

"50만원 가방 반품, 32만원 물어내라" 구매대행사 반송비 횡포
이번에 공정위 조사를 받은 구매대행 서비스는 외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어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반품이나 취소가 까다로워 소비자 불만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접수한 해외 직구 관련 소비자 상담은 2012년 1181건에서 지난해 2781건으로 늘었다.

박세민 공정위 전자거래과장은 “온라인 해외 구매와 관련된 소비자 피해의 80%가량이 구매대행 업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반품 시 배송에 들어간 실제 비용 외에 위약금, 창고보관비 등의 명목으로 추가 비용을 청구하는 건 위법”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파악한 위법 사례를 보면 반품 택배비를 ‘5만원 이상’이라고 안내해 놓고 18만원을 청구하는 식으로 상식 밖의 높은 비용을 청구한 사례가 많았다. 구입 당시에는 배송기간이 ‘15일 이내’라고 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 배송되지 않아 환불을 요청하자 거절한 곳도 있었다. 일부 업체는 물품 비용만 챙긴 뒤 아예 잠적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즈위드, 엔조이뉴욕 등 6개 사업자는 2012년에도 반품비용을 부당하게 청구(전자상거래법 위반)해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과태료를 부과받은 적이 있다. 김양필 위즈위드 본부장은 “미리 고지한 기준에 따라 반품비를 받고 있고, 오배송이나 파손 시에는 전액 환불하고 있다”며 “터무니없는 반품비를 받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엔조이뉴욕 측은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최근 해외 직구 열풍을 타고 구매대행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주문 취소·반품·환불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했다면 이는 위법이다. 해외 구매대행 업체도 국내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상품을 배송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임현우/이현동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