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이 오래 사는 무전장수 시대] 은퇴 후 월 100만원 벌면 '6억 예금'과 같은 효과
내후년 은퇴 예정인 직장인 황모씨(56)는 일과 후 틈틈이 목공 일을 배우고 있다. 의자나 책상 등 가구를 만드는 일이다. 아직 옷장 제작까지는 엄두도 못 내지만 의자 정도는 거뜬히 만들 수 있다. 스스로 만든 의자에 앉아 있으면 가슴이 뿌듯해진다.

황씨가 목공 일 배우기에 나선 것은 두 가지 목적에서다. 첫 번째는 은퇴 후 취미생활을 통한 자아실현이다. 목공 일이 갈수록 재미있어 취미생활엔 그만일 듯하다. 두 번째는 돈벌이를 위해서다. 아무리 따져봐도 은퇴 후 당분간은 매달 300만원가량 필요할 것 같다. 이에 비해 국민연금을 합쳐봐야 월수입은 200만원을 약간 넘는 데 그친다. 아직 미혼인 자녀가 두 명 있는 걸 감안하면 퇴직금을 깰 수도, 집을 팔 수도 없다. 지금 배우는 목공 일을 통해 월 100만원만 벌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황씨의 소망대로 은퇴 후 매달 100만원씩 번다면 은퇴자금을 얼마나 굴리는 것과 같은 효과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6억원의 은퇴자금이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10%를 넘나들었다. 1억원을 예금하면 1년에 세전 1000만원 안팎(매달 83만원가량)을 받을 수 있었다. 3억원만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놔도 이자만으로 은퇴생활이 가능했다.

지금은 아니다. 작년 말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연 2.26%(한국은행 조사)에 불과했다. 1억원을 예금하면 1년간 세전 226만원을 받는다. 월 19만원가량이 고작이다. 여기에 세금을 제외하면 보잘것없다. 더욱이 최근 정기예금 금리는 연 1%대로 떨어진 상태다. 이를 감안하면 월 100만원의 고정수입은 6억원을 정기예금에 넣어둔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혜령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초저금리 시대에선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인적 자원의 가치가 극대화된다”며 “현역으로 일하는 시기를 연장하거나 은퇴 후 연금을 받으면서 크게 부담 가지 않는 일을 지속하는 ‘연금겸업형 라이프스타일’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전장수(無錢長壽) 시대에는 ‘리타이어먼트(retirement·은퇴)’가 아닌 ‘리타이어워크(retire-work·은퇴 후 재취업)’가 새로운 화두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