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휴전협정이 또다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선 16일(현지시간) 휴전협정이 발효된 지 하루 만에 다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 간 교전이 시작됐다. 작년 9월의 휴전협정 무산처럼 이번에도 협정이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1년 가까이 내전이 지속되면서 우크라이나 경제 상황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경제 위기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돌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벌써 흔들리는 휴전협정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전략적 요충항 마리우폴에서 교전이 발생해 정부군 5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당했다”며 “교통 요충지 데발체베도 반군의 미사일 목표물이 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독일, 프랑스 등 4개국 정상은 지난 12일 교전 중단을 골자로 한 휴전협정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15일부터 교전을 멈추기로 했지만 우크라이나 동부의 데발체베에서는 산발적으로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 유럽연합(EU)은 반군과 러시아 내 전쟁 후원자를 추가로 블랙리스트(감시가 필요한 위험인물 명단)에 올렸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러시아 국방차관 등 19명과 9개 조직이 포함됐다.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EU 국가로의 여행과 은행계좌에 대한 접근이 금지된다.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과 부패가 반복돼 경제가 악화됐다. 여기에 작년 4월 이후 동부지역 교전까지 겹치면서 경제난이 가중됐다.

우크라이나 통계청은 이날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예비치가 15.2%(연율 기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문가들의 성장률 추정치인 -13.4%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에 허덕이던 2009년 이후 5년 만에 최저다. 우크라이나는 작년 2분기와 3분기에도 각각 -4.6%, -5.3%의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우크라이나의 GDP가 크게 감소한 것은 철강공장과 석탄광산이 몰려 있어 우크라이나 산업 생산의 25%를 차지하는 동부지역이 반군과의 교전으로 제 기능을 못한 탓이다. 주요 교역국인 러시아에 대한 수출이 막힌 영향도 크다.

정부군은 동부지역 군사 작전을 위해 하루 500만~1000만달러(약 110억1900만원)를 써왔다. 우크라이나 흐리브냐 통화 가치는 올 들어서만 미국 달러화 대비 70% 가까이 폭락했고, 물가는 급등세다. 국가의 부도 위험을 뜻하는 우크라이나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연 24.97bp(bp=0.01%포인트, 지난 13일 기준)로 베네수엘라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이런 상황에서 외채 만기가 대거 다가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 외채는 총 350억달러다. 이 중 이자를 포함해 135억달러어치가 연내 만기를 맞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외환보유액(지난달 기준)은 10년 만에 최저 수준인 64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17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추가로 지원받을 예정이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블룸버그통신은 “단기간 재정 적자를 메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크라이나의 모든 채무를 감안했을 때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고 지적했다.

박미정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위험노출액은 대부분 유럽 은행권에 집중돼 있지만 우크라이나 국채 투자 비중이 큰 템플턴자산운용 등 일부 기관투자가의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