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세 충격 벗어나는 일본 경제…아베노믹스 3大 변수
일본 경제가 소비세 인상 충격에서 벗어나 3분기 만에 플러스 성장세로 복귀했다. 소비와 수출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시장 예상치에는 못 미쳤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가 부활할 수 있을지는 올봄 기업의 임금 인상폭과 수출 증가, 설비투자 개선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분기 만에 플러스…예상치는 밑돌아

16일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실질 기준으로 전분기 대비 0.6%(연율 2.2%) 증가했다. 지난해 4월 소비세 인상 후 GDP 증가율이 2분기 -1.7%, 3분기 -0.6%로 뒷걸음질친 뒤 처음 플러스로 돌아섰다.

개인소비가 전기 대비 0.3% 증가하면서 2분기 연속 회복됐고, 설비투자는 0.1% 증가해 3분기 만에 늘었다. 증세 후 꽁꽁 얼어붙었던 민간 심리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공투자는 0.6% 증가했고, 수출도 2.7% 늘면서 경기 회복을 뒷받침했다. 아마리 아키라 경제 재정·재생 담당상은 “고용과 소득 환경 개선에 힘입은 개인 소비 증가와 미국 중국 쪽 수출 증가가 플러스 성장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복 강도를 보면 다소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4분기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긴 했지만 시장 전망치인 0.9%(연율 3.8%)에는 크게 못 미쳤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개인 소비 증가 속도가 예상보다 늦다”며 “경제 선순환을 위한 경제 대책을 하루빨리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질임금 증가가 관건

일본 경제가 2015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에 다시 곤두박질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지난달 내각부는 올해 일본 경제가 1.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행은 2.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임금·고용 여건 개선과 국제유가 하락 등에 힘입어 민간소비가 살아나고 설비투자 및 수출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임금 여건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노사 간 협상에서 임금이 크게 올라야 한다.

노조 측은 ‘기본급 2%대’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재계 대표인 게이단렌 측은 성과급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1.4% 감소하면서 18개월 연속 줄었다.

아베 총리는 기업 임금 인상을 압박하며 경기선순환을 강조하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엔고(高) 한파를 경험한 기업은 기본급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J커브 효과’로 수출 증가 기대

J커브 효과로 예상보다 부진했던 일본 기업 수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날지도 관심이다. J커브 효과란 통화 약세에도 수출액이 줄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2012년 12월 2차 아베 내각 출범 후 엔화가치가 달러 대비 40% 이상 하락했지만 한동안 수출 증가는 기대에 못 미쳤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 완화로 엔화가치가 달러당 120엔대에 육박하면서 엔저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의 수출 증가율은 12.9%로 4개월 연속 증가했다. 재무성에 따르면 12월 수출은 물량 기준으로도 3.9% 증가했다.

소비와 수출이 살아나면 기업 설비투자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기계수주는 12월(8.3% 증가)에 2개월 연속 늘면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엔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본 내 생산을 늘리는 기업들의 ‘유턴’ 움직임이 얼마나 확산될지도 관심이다. 혼다와 파나소닉 등은 일본 내 생산을 늘리기 위해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