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배 더오디 사장이 서울 가산동 디지털단지 사무실에서 보온받침대 ‘핫탑’ 등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이원배 더오디 사장이 서울 가산동 디지털단지 사무실에서 보온받침대 ‘핫탑’ 등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지난해 12월. 글로벌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의 온열기기(워머) 부문에서 ‘핫탑’이란 제품이 판매 1위에 올랐다. 컵이나 그릇을 올려놓으면 내용물이 식지 않게 해주는 보온받침대다. 커피나 음식 등을 오랫동안 따뜻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면 전체를 달구는 ‘면상발열체’란 특허를 이용한 것이 특징이다. 전력 사용을 줄이고 화재 위험은 낮춘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술만 믿다 신용불량자로

이 제품을 만든 더오디의 이원배 사장은 “사업을 시작한 지 14년 만에 처음 마음 편히 설을 맞게됐다”고 했다. 이 사장은 이전 회사가 부도나 신용불량자가 됐지만 특허를 기반으로 다시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인터넷기업 마케팅팀장을 하던 이 사장은 2000년 맷사이언스텍이란 회사의 전문경영인으로 들어갔다. 대학교수들이 자외선 센서 및 측정기 기술을 갖고 창업한 회사였다. 정부에서 자외선 측정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단가가 낮은 산업용 제품을 수천개씩 파는 걸로는 사업성이 높지 않았다. 이때 휴대폰 제조업체 팬택이 휴대폰에 자외선 측정센서 모듈을 넣어보자는 제안을 지인을 통해 해왔다. 1년여간 휴대폰에 맞는 자외선 측정 모듈을 만들었다. 팬택이 외주를 준 개발사와 5만개를 납품하기로 계약까지 맺었다. 제품 생산을 위한 자금은 기술보증기금 보증을 받아 대출받았다.

하지만 이 휴대폰은 결국 출시되지 않았다. 현장 테스트 중 소프트웨어에 중대 결함이 발견돼 팬택이 생산 계획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곧장 대출 상환 압박이 들어왔다. 연대보증을 섰던 이 사장은 빚 4억3000만원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그는 “2005년부터 7년간 신용카드도 만들지 못하고 금융 거래도 못했다”고 했다.

◆특허로 재기에 성공

이 사장은 주저앉지 않았다. 2006년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더오디를 창업했다. 이 사장은 전기매트 등에 들어가는 온도조절장치 설계를 대행해주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엿봤다.

2009년 이 과정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열선을 깔지 않고 열을 낼 수 있는 면상발열체 연구를 시작했다. 2년여간의 연구개발을 거쳐 2011년 특허를 받았다. 열선을 깔면 열을 주변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전기를 더 사용해야 하고, 이는 화재 위험으로 이어지는 문제점을 개선한 것이다. 특허를 기반으로 사업자금을 대출받아 제품 개발에 들어가 지난해 핫탑을 내놨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독일 바이어를 만나 시험삼아 팔았는데 1000개 이상 팔렸다. 영국에서도 주문이 들어와 1000개 납품을 준비 중이다. 이 사장은 “비슷한 저가 중국제품 대신 유럽 소비자들이 핫탑을 구매한 것은 앞선 기술력을 알아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재도전 기회 많이 주어지길

서울 가산동 허름한 창고 같은 사무실에 직원 5명과 일하고 있는 이 사장은 “올해 설에는 직원들에게 5만원짜리 선물세트라도 주려고 한다”고 했다. 그가 원하는 게 또 하나 있다. 자신처럼 다시 일어서는 기업인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것이다. 그는 중소기업청 산하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 사장은 “실패한 기업인들의 패자부활전 제도 같은 게 요즘 많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한국은 재도전 기회가 부족하다”며 “재기에 성공한 기업인이 자꾸 나와야 기업가 정신도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