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삼성생명 상장 후 한동안 정체기를 겪었던 공모주 시장은 지난해 ‘삼성’을 테마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증시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공모주 시장은 올해도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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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끈 달아오른 공모주 시장

작년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공모액은 2조7000억원에 달했다. 2013년 전체의 공모 규모를 넘어선 수치다. 지난해 기업공개(IPO) 거래 건수는 71건, 규모는 4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3배 늘었다. 지루한 박스권 증시와 저금리에 지친 투자자들에게 공모주 시장은 달콤한 투자처였다. 한국투자증권이 주관사를 맡은 통신·방송장비 제조업체 감마누의 청약 경쟁률은 1390 대 1을 기록했을 정도다. 제일모직의 청약 증거금은 30조원에 이르렀다.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성적도 훌륭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을 기준으로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제일모직이었다. 제일모직은 12월18일 공모가 5만3000원에서 출발해 곧바로 200%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인터파크INT, 슈피겐코리아, 녹십자엠에스 등도 공모가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녹십자엠에스는 상장일부터 6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전통적으로 상반기는 공모주 물량이 적은 비수기다. 포시에스는 올해 첫 상장 기업으로, 11일 상장한다. 포시에스의 청약경쟁률은 1163 대 1, 청약 증거금은 1조4000억원에 달했다. 다른 IPO가 없는 상황에서 시중 부동자금이 몰리며 나타난 결과다. 올해도 공모주 인기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삼성SDS 제일모직의 뒤를 이을 대어급 공모주엔 어떤 게 있을까. 우선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사인 이노션이 꼽힌다. 상장 후 시가총액이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유일의 전업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 바이오 관련주인 셀트리온헬스케어 등도 시가총액 1조원을 넘길 대형 공모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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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생명보험사 등 주목

올해 공모주 시장에서 주목할 키워드는 롯데그룹, 생명보험사, 게임·바이오 등이다. 롯데그룹은 2006년 롯데쇼핑을 마지막으로 공모주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롯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적극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롯데정보통신을 필두로 롯데리아 롯데건설 롯데카드 등 우량 비상장 계열사의 상장이 기대되고 있다.

삼성생명 주가가 호조를 보이면서 생명보험사의 상장 가능성도 부각되고 있다. 국내 3대 생명보험사 중 유일한 비상장사인 교보생명, 지난해부터 상장 의사를 밝힌 미래에셋생명과 동부생명 등이 후보군이다. 꾸준히 기업공개 얘기가 흘러나왔던 교보생명이 상장될 경우 시가총액은 6조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코스닥시장에선 게임·바이오주의 도전이 예상된다. 흥행작들을 통해 안정적 성과를 내고 있는 모바일 게임사들의 상장이 예정돼 있다. 넷마블게임즈는 넷마블몬스터, 넷마블엔투, 넷마블넥서스 등 개발사 3곳에 대한 기업공개를 추진 중이다. 바이오주 중에선 셀트리온 계열의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에이티젠, 휴젤 등 10여곳이 준비하고 있다.

직접투자보다 간편한 공모주 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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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직접 공모청약에 참여하는 방법과 공모주 펀드에 가입하는 방법이다.

직접투자는 일반투자자 자격으로 공모 청약에 참여하는 방법이다. 청약을 담당하는 증권사 계좌가 필요하다. 청약하려는 수량에 따라 청약증거금을 낸 후 청약한다. 최종 청약경쟁률에 따라 배정을 받는다. 배정받은 주식에 대해 자유로운 매도가 가능하다. 하지만 경쟁률이 높은 청약의 경우 추후 배정 수량이 적을 수 있다. 1인당 최대 청약 한도 제한이 있다. 증권사마다 고객별로 차등해 자격을 부여하는 경우도 있어 조건을 잘 확인해야 한다.

공모주 펀드는 보통 혼합형이다. 자산의 30% 이하를 공모주에 투자하고 나머지를 국공채 및 우량등급 채권에 투자한다. 공모주 펀드는 운용사에서 종목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한 뒤 청약에 참여하는 식이다. 개인이 직접 투자 종목을 선택하고 매도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작년에 진행된 삼성SDS의 예를 보면 일반 공모주 펀드들은 높은 경쟁률로 인해 자산의 1% 이내만 공모주를 배정받는 게 대부분이다. 상장 후 주식 가격이 올라도 그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에 펀드 수익률은 큰 폭으로 오르지 않을 수 있다. 펀드 평가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공모주 펀드의 수익률은 6%대에 그쳤다.

그러나 20%가량 고수익을 낸 공모주 펀드도 있다. 바로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다.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는 공모 물량의 10%를 별도로 우선 배정받는다. 일반 공모주 펀드보다 배정 측면에서 유리하다. 또 1인당 5000만원까지 15.4%의 분리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장점도 있다. 이런 장점으로 지난해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의 설정액이 3조원어치 넘게 유입됐다. 현재 뚜렷한 IPO 일정이 없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신규 펀드가 설정되면서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올해도 공모주 시장이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 또한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가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에 편입하는 채권의 범위에 ‘A3+’ 이하 전자단기사채도 포함하기로 하면서 ‘BBB+’급 채권 물량 부족으로 인한 펀드 출시난도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다만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하이일드 채권에도 투자하기 때문에 보유 채권의 부도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각 펀드에서 투자하고 있는 하이일드 채권엔 어떤 기업이 포함돼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김근수 <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장 109004@truefriend.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