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업체 혼다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정책이 엔화 약세 국면에서 부메랑이 되고 있다. ‘수요가 있는 곳에서 생산한다’는 지산지소로 인해 엔화 약세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하고 있어서다.

혼다 실적 나홀로 역주행
5일 일본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혼다는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연결 영업이익 전망치를 전년 대비 4% 감소한 7200억엔으로 하향 조정했다. 기존보다 500억엔 낮춘 것으로, 전망대로라면 3년 만에 영업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5397억엔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 감소한 것을 반영했다.

혼다의 실적 부진은 에어백 결함으로 대규모 리콜에 나선 데다 신차 출시까지 늦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엔고 시절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으로 엔저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한 점도 혼다만 실적이 ‘역주행’하는 이유로 꼽힌다. 혼다는 일본 내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 중 3%(2014년 기준)만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반면 도요타(54%) 닛산(53%) 미쓰비시(57%) 후지중공업(78%) 등은 일본 내 생산분의 절반 이상을 수출한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20엔까지 떨어지면서 이들 업체는 엔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도요타는 2014회계연도 환율 예상치를 달러당 104엔에서 109엔으로 올리면서 영업이익이 1750억엔 늘어난다고 발표했다. 이를 반영해 도요타, 후지중공업은 영업이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혼다가 유럽에서 판매하는 소형차 ‘재즈(일본명 피트)’ 생산을 영국 공장에서 일본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엔화 약세로 일본 내 공장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일본에서 생산, 수출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비세 인상 후 수요 감소 등으로 일본 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감안한 결정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