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制 47년 만에 손질

하청업체 근로자 원청업체 우리사주까지 중복 취득 가능해져

기업 "부담 늘어난다"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오른쪽)과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우리사주제도 활성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오른쪽)과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우리사주제도 활성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일 내놓은 ‘우리사주제도 활성화 방안’은 환매수제 도입, 장기보유 감세 확대 등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우리사주 혜택을 늘려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사주제도가 도입된 지 47년이 지났지만 일부 대기업과 상장기업 근로자만 혜택을 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기업이 우리사주를 도입할 유인책이 없어 ‘반쪽’짜리 활성화 대책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우리사주 현금화 보장

우리사주제도는 근로자에게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회사 주식을 취득·보유하도록 하는 제도로 1968년 도입됐다. 근로자는 추가 소득을 늘리고, 기업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국내 임금 근로자 1800만명 가운데 우리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비율은 2.1%(약 37만명)에 불과하다. 전체 근로자의 19%에 이르는 미국에 크게 뒤처진다.

비상장기업의 경우 0.3%(1274곳)만이 우리사주조합을 결성하고 있다. 근로자 입장에선 기업공개(IPO) 실패 시 우리사주를 현금화하기 쉽지 않고, 기업으로선 우리사주를 출연할 여력도 크지 않아서다. 정부는 이에 따라 비상장법인 근로자가 6년 이상 보유한 우리사주에 대해선 회사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근로복지기본법을 상반기에 개정하기로 했다. 비상장기업 우리사주를 6년 이상 보유할 경우 기업에 의무적으로 환매수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다만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비상장기업부터 우선 적용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환매수 가격은 회사와 우리사주조합이 협의해 사전에 평가방식을 정하도록 했다.
[확대되는 우리사주 지원] 非상장기업 우리사주 6년 보유하면 회사가 되사준다

또 하반기부터 우리사주 주가 하락에 따른 위험 회피를 위한 금융상품 가입과 우리사주조합이 수탁기관을 통해 우리사주를 제3자에 대여해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어렵게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우리사주는 일반 주식과 달리 1년 동안 팔 수 없어 되레 손실을 보는 근로자가 수두룩한 데 따른 조치다.

연 400만원 소득공제 혜택을 늘려주는 우리사주저축제도는 상반기 내 고용노동부 고시를 제정해 시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중소기업 직원이 우리사주를 6년 이상 장기 보유하는 경우 근로소득세를 100% 감면해주기로 했다.

중소 협력업체 근로자가 원청업체 우리사주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길도 넓어졌다. 협력업체의 자격 요건은 매출비중 50%에서 30%로 낮아지고 범위도 1차 협력업체에서 2·3차로 확대된다. 원청기업 우리사주조합의 동의 요건은 협의로 완화된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가 매출 비중 30%인 2차 협력업체 직원에게도 우리사주를 보다 쉽게 지급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과 달리 현대차 우리사주조합의 동의가 아니라 협의만 거치면 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재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협력업체와 원청업체의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중복 가입이 허용되지 않아 전례가 없었다”며 “앞으로 협력업체와 원청업체의 우리사주 상생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환매수제 ‘양날의 칼’

하지만 이번 대책은 근로자 지원에 방점을 둔 나머지 기업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기업 부담만 늘어 우리사주를 기피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사주 환매수 기업 등에 세제 혜택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결국 대책에는 포함시키지 못했다”며 “우리사주 환매수 제도는 근로자의 우리사주 환금성을 지원하지만 기업엔 부담을 늘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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