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중국의 월간지 차이신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중국 최대 민영은행인 민성은행의 마오샤오펑(毛曉峰) 행장이 부패 혐의로 중국 공산당 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뉴스를 띄웠다. 중국 주요 언론들은 이 소식을 전하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추진하고 있는 부패척결 개혁의 칼끝이 정치권과 국유기업 등을 거쳐 드디어 은행권을 정조준하기 시작했다는 불안감 때문에 공상은행 중국은행 등 중국 주요 은행 고위 관계자들이 큰 충격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개혁 칼끝', 이번엔 은행권 정조준
○민성은행장, 링지화 부패혐의 연루설

마오샤오펑 행장
마오샤오펑 행장
중국 공산당은 1일까지 마오 행장에 대한 조사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 언론들은 마오 행장이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비서 링지화(令計劃) 통일전선공작부장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전하고 있다. 민성은행도 지난달 31일 은행 홈페이지에 “마오 행장이 개인적인 이유로 사퇴했다”며 “훙치 이사회 의장이 당분간 은행장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민성은행은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은 마오 행장 개인의 문제이지, 은행의 공적인 업무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마오 행장은 지난달 27일께부터 연락이 두절됐고, 민성은행은 그때부터 ‘긴급 상황’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마오 행장에 대한 중앙기율위의 조사 사실이 보도되자 민성은행은 이날 오후 전국 각 지점에 “지점장은 근무지를 지키면서 돌발 사태 발생에 대비하라”는 내부 통지를 하달했다.

○은행권 부패조사 알리는 ‘신호탄’

마오 행장은 중국 은행업계에서 ‘젊은 피’로 통했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공공정책대학원 석사 출신인 마오 행장은 작년 8월 41세의 나이로 상장 은행 최연소 은행장 자리에 오르면서 일약 ‘스타’가 됐다. 2002년 민성은행에 입행한 이후 고속 승진을 거쳐 불과 12년 만에 은행장 자리를 꿰찬 그의 이력도 새삼 주목받았다. 마오 행장은 입행 전에는 공산주의청년단에서 중앙판공청(비서실) 처장으로 일했다. 중국 언론들이 그에 대한 중앙기율위의 조사가 공청단 출신 핵심 인사인 링지화 전 부장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마오 행장에 대한 중앙기율위의 이번 조사가 중국 은행권 부패척결을 위한 조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후싱더우 베이징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은행산업은 그동안 정부의 강력한 통제 아래 놓여 있었다”며 “특히 공상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 교통은행 등 5대 국유상업은행들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정책 결정권을 쥔 정부 관료들의 비호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중국 주요 은행들이 중국공산당 및 정부 고위 관료들의 자금줄 역할을 했는데, 시진핑 정부가 이 같은 ‘검은 커넥션’ 차단에 나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베이징의 한 외국계 은행 고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예금금리 자유화를 핵심 개혁과제로 설정해둔 상태”라며 “금리 자유화 개혁 과정에서 예상되는 기득권 집단의 반발을 부패척결 조사 카드로 돌파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