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B2B 드라이브'…"IBM처럼 매출·이익 안정성 높이자"
삼성전자가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 간 거래(B2B)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8월 북미 지역 시스템에어컨 유통업체인 콰이어트사이드를, 9월엔 캐나다 모바일 프린팅 업체인 프린터온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브라질 1위 프린터 유통업체인 심프레스 코메르시우를 사들이며 적극적인 유통망 확보에 나섰다. B2B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를 위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본지 1월31일자 A1면 참조

○‘B2B 유통망’ 잇따라 인수

심프레스는 브라질 최대 규모의 기업용 프린팅 솔루션 제공회사다. 브라질 정부를 비롯해 금융회사, 제조사, 서비스업체 등 1700여개 기업과 공공기관에 프린터 기기와 잉크, 용지를 공급하고 관련 소프트웨어를 관리해주고 있다. 삼성은 지금까지 브라질을 포함한 중남미 지역의 가정용 프린터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기업용 프린터 시장에선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삼성 브랜드가 먹혀드는 일반 소비자와 달리 기업들은 기존 거래 관계를 잘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용의 'B2B 드라이브'…"IBM처럼 매출·이익 안정성 높이자"
삼성은 이런 B2B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심프레스를 인수했다. 심프레스의 거래처와 삼성의 브랜드 인지도, 기술력을 결합하면 브라질은 물론 중남미 기업용 프린터 시장에서 영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송성원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전무)은 “중남미 시장에서 프린터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캐나다 모바일 클라우드프린팅 솔루션 업체인 프린터온 인수도 B2B 사업을 위해서였다. 삼성이 기업용 프린터 시장을 뚫는 데 꼭 필요한 업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브라질법인에 B2B 거래처를 겨냥한 프린터 전시장을 마련, 거래처 초청 행사를 여는 것 역시 B2B 강화 전략에서다.

삼성이 B2B 사업을 위해 M&A에 나선 분야는 프린터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는 북미 지역에 500여개 유통망을 거느린 콰이어트사이드를 사들였다. 이 거래는 삼성전자가 정보기술(IT) 제품이나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가 아닌 유통망 확보에 초점을 두고 M&A에 나선 첫 사례였다.

삼성은 중국 스마트폰 유통망도 재정비했다.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이 급락하자 현지 대형 유통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매장과 온라인 판매 비중을 늘렸다. 삼성은 B2B 사업 강화를 위해 필요하면 M&A나 유통망 정비를 계속할 방침이다.

○B2B는 B2C보다 안정적 이익 가능

삼성전자가 B2B 사업을 강화하고 나선 것은 매출 및 이익 변동성을 줄이면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현재 삼성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은 소비자의 취향 변화나 경쟁사 등장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다. 2013년 분기당 6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던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미국 애플과 중국 샤오미 등의 협공으로 지난해 분기당 1조원대까지 이익이 떨어진 게 단적인 예다.

반면 B2B는 고유 기술이나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으면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 부회장도 B2B 사업에 애착을 갖고 있다. 삼성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미국 IBM을 꼽을 정도다. IBM은 한때 PC 업계 최강자로 군림하다 중국 업체의 추격으로 B2C 성장이 한계에 부닥치자 PC 사업을 중국 레노버에 매각하고 기업에 IT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B2C 분야에서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끌어올린 것처럼 이 부회장은 B2B에서 자신의 경영 능력을 보여주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