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오전 왕양 중국 부총리와 조찬 모임을 하기 위해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로비로 들어서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오전 왕양 중국 부총리와 조찬 모임을 하기 위해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로비로 들어서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왕양 중국 부총리와 조찬 모임을 했다. 한국을 방문 중인 왕 부총리가 머물고 있는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다. 이 자리에는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상훈 경영지원실장 사장, 장원기 중국삼성 사장, 김봉영 제일모직 건설·리조트부문 사장, 한인규 호텔신라 부사장이 함께 참석했다. 삼성이 중국에서 반도체 등 제조업에 이어 호텔, 리조트, 관광 등 서비스 분야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왕 부총리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대한상의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 참석에 앞서 이 부회장을 따로 만나 삼성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삼성은 지난해 중국 시안에 70억달러(약 7조6000억원)를 투자해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지었다. 삼성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3차원(3D)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이다. 중국 정부는 현재 1개뿐인 생산라인을 장기적으로 3개로 늘려달라고 삼성에 요청하고 있고 삼성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모임에서도 이와 관련한 협력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이 밖에 중국 반도체 업계에 투자하는 방안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신라와 제일모직 경영진이 배석한 것도 눈길을 끈다. 평소 이 부회장이 중국 고위 인사들을 만날 때는 보통 삼성의 제조업, 금융 분야 사장단이 함께했다. 삼성이 중국에서 호텔, 리조트, 놀이공원 등 서비스 분야 협력을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중국 측도 제조업보다는 관광, 리조트 등 서비스 산업을 통해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왕 부총리는 이날 한·중 비즈니스포럼에서 한·중 간 서비스 협력 확대를 강조했다.

특히 이 부회장 동생으로 호텔신라를 이끄는 이부진 사장이 최근 중국 국영기업 시틱그룹의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등 삼성과 중국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있다. 시틱그룹은 건설을 비롯 금융 등 서비스 분야에 발을 담그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한·중 양국 간 인적 교류 증가로 호텔신라와 용인 에버랜드 테마파크를 찾는 중국 고객이 늘었다”며 “중국 지방정부 및 기업과도 협력을 확대해 한·중 교류 활성화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장원기 사장은 기자와 만나 “(관광 외에도) 삼성의 중국 사업 현황과 방향에 대해 폭넓게 대화했다”고 말했다.

삼성과 왕 부총리의 인연은 각별하다. 왕 부총리는 2007~2012년 광둥성 후이저우의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은 물론 둥관과 쑤저우의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을 수차례 방문하는 등 삼성의 중국 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2월에는 이 부회장과 권오현 부회장 등 삼성 최고경영진이 베이징에서 왕 부총리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당시 왕 부총리는 “삼성이 중국 내 사업을 확장하고 한·중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더욱 많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도 중국 인맥 쌓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2년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모두 네 차례 만났다. 또 리커창(李克强) 총리,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당서기, 마카이(馬凱) 경제담당 부총리 등 중국 정부의 최고위 인사들을 지난해 면담했다.

한편 박상진 삼성 대외담당 사장은 이날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왕 부총리와 환담한 데 이어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관 오찬 간담회에서도 왕 부총리를 다시 만난다. 왕 부총리는 2박3일(22~24일) 방한 일정 중 삼성 측과 세 번 만나는 것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