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파산 사건 이후 수출자금 지원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습니다.” “금융권 연대보증 요구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구로디지털밸리에 있는 중견·중소기업인들은 20일 이곳을 찾은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건의를 쏟아냈다. 카메라모듈 생산업체로 지난해 2억달러 수출탑을 받은 엠씨넥스의 민동욱 사장은 “가전업체 모뉴엘이 가짜 수출을 하다가 파산한 뒤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수출자금 지원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며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대응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80개국에 의료기기를 수출하는 바이오넷의 강동주 사장은 “중소기업은 금융시장에서 대부분 담보와 대표의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자금을 빌릴 때 금융권이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신규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창업 초기기업에 대한 벤처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요청도 이어졌다. 2011년에 창업한 사물인터넷 전문기업인 디지엔스의 우인구 사장은 “창업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제도나 펀드는 마련돼 있으나 투자 조건이 까다로워 이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주장했다.

정 총리는 “구로디지털밸리 중소기업들이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 구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각 부처가 기업들의 애로 해결에 적극 나서줄 것”을 지시했다. 자리를 함께한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은 “창업 후 3년부터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죽음의 계곡’ 문제 해결을 위해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함께 창업기업에 자금 물꼬를 틀 수 있도록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수출 증대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중견·중소기업인들의 애로를 듣기 위한 자리였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