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벌어지고 있는 ‘담배 전쟁’에서 무명에 가까운 보그가 약진하고 있다. 3500원이란 가격에 힘입어 판매가 80% 이상 늘었다. 반면 2000원을 올려 4500원이 된 1위 담배 에쎄는 20% 가까이 판매가 감소했다.
3500원 보그는 '돌풍', 4500원 에쎄는 '추락'
A편의점이 외국계 담배회사들의 가격 조정이 이뤄진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주요 담배 제품의 판매 추이를 집계한 결과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의 담배 보그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85.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000원에 판매 중인 재팬토바코인터내셔널(JTI)코리아의 카멜은 같은 기간 매출이 53.8% 늘었다. 반면 KT&G의 대표 제품인 에쎄는 매출이 17.3% 감소했다.

보그는 물량이 부족해 일부 편의점에서 품절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의 한 편의점 직원은 “원래 보그는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비인기 제품이었는데 가격이 이슈가 된 뒤 최근 며칠 새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보그, 카멜, 에쎄 등의 판매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가격이다. BAT코리아는 보그 시리즈 4종의 가격을 1200원만 인상해 15일부터 3500원에 팔고 있고, JTI코리아는 카멜 가격을 2500원에서 1500원만 올려 15일부터 4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반면 KT&G는 세금 인상분 2000원을 가격에 그대로 반영해 1일부터 에쎄를 4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주요 제품의 판매 증감에 따라 회사별 점유율도 출렁였다. A편의점 기준 KT&G의 판매 점유율은 작년 12월 53.1%에서 이달 들어 43.1%로 급감했다. 전체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는 KT&G가 편의점에서 40%대의 점유율로 떨어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반면 가격 경쟁에 나선 외국계 업체들은 점유율을 높였다. 보그와 던힐을 파는 BAT코리아는 같은 기간 14.3%에서 21.0%로, 카멜과 메비우스가 대표 제품인 JTI코리아는 8.7%에서 10.6%로 점유율이 올랐다. 23~25%대의 점유율을 유지한 한국필립모리스는 19일부터 대표 브랜드인 말보로와 팔리아멘트의 가격을 200원씩 내려 BAT와 JTI의 공세에 맞선다는 계획이다.

반면 KT&G는 가격 인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KT&G는 대표 제품인 에쎄와 레종의 가격이 말보로, 던힐, 메비우스 등 경쟁 제품의 인하된 가격과 같은 4500원이기 때문에 경쟁사의 가격 전략으로 인한 수요 감소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담배업계에서는 외국계 담배업체의 초반 기세가 오래 지속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보그의 경우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담배 한 갑에 붙는 세금 3318원에 소매점주에게 줘야 하는 마진과 생산비 등을 더하면 판매가인 3500원을 넘는다. KT&G 관계자는 “담배업체들의 수익성 문제와 더불어 소비자들의 취향도 중요하다”며 “가격 때문에 한두 번 저가 담배를 피워볼 수는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소비자들이 원래 피우던 담배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