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 중심 사업재편…LIG, 재기 신호탄을 쐈다
2011년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사건으로 해체 위기까지 몰렸던 LIG그룹이 ‘방위산업 전문 기업’으로 재기에 나선다. LIG그룹은 부실 CP 사건 여파로 지난해 총수 일가가 경영에서 퇴진하고 주력 계열사인 LIG손해보험을 매각하기로 하는 등 공중분해 위기를 맞았다.

LIG그룹은 최근 서울 합정동 본사에서 남영우 (주)LIG 사장(사진) 등 계열사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뉴(new) LIG 발전방향 공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LIG 경영진은 올 1분기 LIG손해보험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맞춰 사업구조를 금융에서 방위산업 중심으로 재편하고, 2018년까지 매출을 두 배로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8년 방산 위주로 재편

LIG 발전 방향에 대한 이번 논의는 위기에 몰린 그룹의 재기를 위한 신호탄이다. 재기를 주도하는 건 남 사장이다. 그는 LG전자 경영혁신부문장 출신으로 작년 3월 (주)LIG로 자리를 옮겼다.

남 사장 주도로 만든 ‘그룹 발전방향’은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를 방위산업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LIG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 매각 이후 △방위산업(LIG넥스원) △시스템통합(LIG시스템) △유통서비스(휴세코) 등 세 분야를 주축으로 사업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그룹 관계자는 “당분간 그룹 매출 1조7000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LIG넥스원을 중심으로 방위산업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방위산업' 중심 사업재편…LIG, 재기 신호탄을 쐈다
투자와 고용계획도 내놨다. 약 7000억원으로 추산되는 LIG손해보험 매각대금 중 5000억원을 2018년까지 방위산업 경쟁력 강화에 투입하기로 했다. 신규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 관련 분야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또 2500여명의 정밀전자, 정보기술(IT) 분야 연구인력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신규 투자와 인력은 LIG넥스원의 정밀전자·유도무기 분야 경쟁력을 높이는 데 투입할 방침이다.

LIG그룹은 사업재편과 신규 투자를 통해 그룹 매출을 1조7000억원에서 2018년 3조6000억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7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세 배가량 늘린다는 계획이다.

○계열사 17개→3개사로 축소

LIG그룹에 지난 3년은 악몽과도 같았다. 2011년 초 LIG건설이 법정관리 신청을 앞두고 수백억원대 기업어음을 발행한 게 발단이었다. 이 사건으로 구자원 회장과 두 아들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 등이 검찰 조사를 받은 뒤 2013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결국 2013년 11월 구 회장은 주력계열사인 LIG손해보험을 팔아 투자자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LIG손해보험은 12조원(2013년 기준)에 달하는 그룹 전체 매출의 80%를 올리는 핵심 계열사이자 그룹의 모태인 회사다. 그런 회사를 팔겠다는 건 사실상 그룹 해체나 다름없는 결정이었다. 구 회장과 두 아들은 작년 7월 대법원 최종판결이 나온 직후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그룹 외형도 급격히 축소됐다. LIG그룹은 지난해 6월 KB금융지주와 LIG손해보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또 LIG투자증권, LIG자동차손해보험사정, LIG투자자문 등 금융 계열사도 동시에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올 1분기 계열사 매각이 확정되면 그룹 매출은 12조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계열사는 17개사에서 LIG넥스원 등 3개사로 줄어든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