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여를 끌어온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문제가 12일 새로운 분기점을 맞았다.

이날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동조합과 합의가 없어도 통합승인신청서를 받아 처리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기 때문이다.

앞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하나금융에 외환은행 노조와의 합의를 통합 승인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던바 있다.

그러나 협상이 예상 외로 길어지자 결국 이런 입장을 바꾼 것이다.

신 위원장은 "이미 충분한 시간이 흘러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관련 사안을 처리하겠다"며 "노사간 합의 없이 통합 신청서를 제출해도 처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사실상의 최후통첩 사인을 보냈다.

◇勞, 본협상 제안…使 "대화·승인신청 투트랙으로 진행"
이날 신 위원장의 발언으로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노조와 합의가 없어도 이달 안에는 통합승인신청서를 제출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하나금융지주에 '대화기구 발족 합의문' 논의를 중단하고, 곧바로 본협상에 들어갈 것을 공식 제안했다.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어제 하나금융 대리인인 외환은행장에게 서신을 보내 향후 60일 이내인 3월 13일까지 통합 여부, 통합원칙, 인사원칙 등에 관한 실질적 협상을 통해 새로운 합의서를 체결할 것을 정식으로 제안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그간 '대화기구 발족 합의문'으로 노사 대화가 경색되면서 본협상이 개시도 되지 못한 상황이었다며, 실질적인 협상과 진정성 있는 대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하나금융은 "노조의 새로운 제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면서 공식적인 답변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견디지 못한 노조가 60일이라는 긴 시간을 끌면서 난국을 타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언제까지 통합을 미룰 순 없지 않느냐"면서 "노조와의 대화와 금융위 통합예비승인인가 신청을 각각 따로따로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조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도 "노조가 진정성 있게 대화할 자세로 나오면 협상기한을 굳이 60일로 못 박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보헌 외환은행 노조 홍보본부장은 "통합 예비인가 신청이 현재의 대화분위기를 저해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오늘 노조의 제안은 이런 미시적인 차원을 뛰어넘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이 중대 고비될 듯…노조·야당 반발 봉합이 관건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노조와의 대화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면서 하나·외환은행 통합 진행 절차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하나금융이 이달안에 통합 예비인가승인신청서를 금융위에 제출하고 승인을 받으면 통합물살이 더 빨라질 수 있는 만큼 외환은행 노조로서도 어떻게든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금융위의 예비인가 승인은 신청서 접수후 60일이내, 본인가는 30일이내 이뤄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회사간 통합이어서 이번 예비인가 승인은 법적 요건, 합병에 따른 금융안정성 등에 큰 문제가 없는 한 길게 끌 이유가 없다"며 "빠른 시간에 결론이 내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달말 예비인가 승인이 종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위는 일단 예비인가를 승인한뒤 시간을 두고 노사 협상을 지켜보며 본인가 승인시기를 저울질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문제는 노조와 정치권의 태도다.

외환은행 노조는 2012년 2월 17일 체결된 '향후 5년간 하나·외환은행 통합에 관한 논의를 하지 않는다'는 노사정합의서의 이행을 주장하고 정치권 일각에서도 이에 동조한다.

이날 신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한명숙 의원 등 야당 측 국회의원들은 "노사 합의 없는 통합신청에 부정적이었던 신 위원장이 말을 뒤집었다"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또 참여연대를 비롯한 금융정의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은 외환·하나은행은 하나금융이 2·17 합의서를 파기했다며 조기합병 추진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노조가 이런 주변 분위를 감안, 종전 입장을 고집할 경우 노사간 대화를 통한 통합논의는 계속 진통이 예상된다.

또 상황에 따라서는 파업 등 극단적인 선택을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달말까지 노사간의 협상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상호 진정성 있는 대화가 없다면 이번 통합논의는 전혀 엉뚱하게 불똥이 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redfla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