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오른쪽)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제윤 금융위원장(오른쪽)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12일 외환은행 노조의 동의가 없어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승인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통합 승인의 전제 조건으로 노조 동의서를 요구해 온 기존 입장을 공식적으로 철회한 것이다. 외환노조가 무리한 요구로 노사협상을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최후통첩’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신 위원장의 발언 후 외환노조는 ‘60일 내에 결판을 내자’고 사측에 제안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노조와 대화를 더 이어가겠다’는 구상을 밝혀 협상이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신제윤 “더 기다릴 시간 없다”

신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조기통합 논의가 시작된) 작년 7월 이후 노사합의를 6개월 동안 기다려왔는데,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노사합의에 진전이 없어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충분한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은행의 통합신청을 노사합의와 관계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지도 밝혔다. ‘노사합의 없이 통합 신청서를 제출해도 처리할 것이냐’는 질의에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한 것이다. 다만 “통합은 노사 간 합의를 이룬 후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며, 지금이라도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합병의 전제 조건으로 ‘노조 동의서’를 요구해 온 신 위원장의 입장 변화는 강경 일변도인 노조 태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이란 분석이다. 외환노조가 최근 무기계약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 및 자동 승진을 요구하는 등 ‘무리수’를 두면서 금융당국의 기류가 ‘확’ 바뀌었다.

다만 신 위원장의 답변에 대해 일부 의원은 “노사합의 없는 통합신청에 부정적이었던 신 위원장이 말을 뒤집었다. 정부가 무리하게 노조를 압박한다”며 항의하기도 해 진통이 예상된다.
"하나·외환銀 통합, 노사합의 없이 승인할 수도"
○김정태 “먼저 대화하겠다”

하나금융은 노사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사합의 없이 통합승인 신청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화를 통해 합의하는 게 우선”이라고 답했다. 그는 “통합 후 (외환 노조가) 어차피 함께 가야 할 식구라는 점을 생각하면 대화 없이 승인신청부터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노조가 계속 변화하지 않을 경우 이달 내에 동의서 없이 통합승인을 신청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해 복잡한 속내를 내비쳤다. 오는 28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예비승인을 받기 위해 그 전에 승인 신청을 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하나금융은 합병 주주총회를 이달 29일, 합병 기일을 3월1일로 잠정 결정해둔 상태다.

신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노사 간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일 뿐”이라며 ‘앞으로 60일 이내인 3월13일까지 새 합의서를 체결하자”고 사측에 제안했다. ‘인수 후 5년 동안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독립적으로 경영하겠다’고 한 이른바 ‘2·17 합의’를 대체하는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자는 주장이다.

장창민/김일규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