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수표 같은 규제

거미줄처럼 얽혀
농지법·지방세법 등 규제 법령만 10여개
산단 지정 조성費 부담 커…새 공장 인허가도 1년 넘어
[괴물로 변한 수도권 규제] 규제 그물망 힘겹게 뚫어도 3000쪽 '서류 행정' 기다려

지난 한 해 동안 줄기차게 규제 완화를 주창해온 박근혜 정부는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는 자평에도 불구, 여전히 핵심규제 혁파에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손톱 밑 가시’는 부지런히 뺐지만 빈사상태에 빠진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수도권 규제 등과 같은 ‘염통 밑 고름’을 제거하지는 못하고 있다.

숨막히는 3개 권역 규제

수도권 규제는 1982년 말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제정된 이후 32년간 철옹성처럼 기업들의 투자를 막아서고 있다. 여기에 ‘군사시설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팔당특별대책지역’ ‘농지법’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 ‘군사시설보호법’ ‘조세특례제한법’ ‘지방세법’ 등 10여개의 규제법령이 수도권을 거미줄처럼 얽어놓고 있다.

핵심법인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서울과 경기도를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으로 나눠 규제하고 있다. 과밀억제권역은 공장 대학 등의 인구집중 유발시설 진입을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서울과 의정부, 구리, 하남, 고양, 수원, 광명, 과천 등이 포함된다. 면적은 1169.0㎢.

성장관리권역은 서울의 위아래 지역으로 동두천, 안산, 평택, 파주, 김포, 화성 등이 해당된다. 세 지역 중 면적(5173.1㎢)이 가장 넓다. 한강 수계의 수질과 녹지 등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자연보전권역은 서울 동쪽의 이천, 광주, 여주 등이 해당되며 전체 면적은 3830.5㎢다.

공장 지역의 경우 과밀억제권역에서는 새로 지정할 수 없다. 성장관리권역과 자연보전권역은 정부의 심의를 받은 뒤 신규 지정이 가능하다. 기존 공장에 대해서는 자연보전권역의 규제 강도가 가장 세다. 1000㎡ 내에서만 증설이 가능하다. 과밀억제권역에서는 3000㎡ 내에서 새로 공장을 지을 수 있다.

“차라리 무허가 공장을 짓는 것이…”

이 같은 3각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다. 기존 공장을 매입하거나 이미 조성된 산업단지를 분양받으면 된다.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좋은 조건을 갖춘 기업이나 분양매물이 희귀하기 때문이다.

분양을 받는 대신 해당 기업이 스스로 산업단지 지정을 받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입지 수요가 몰리는 자연보전권역에선 공장 규모 6만㎡ 제한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규모가 그 이하라면 2008년 제정된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별법’을 통해 인허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특정 기업 홀로 조성비용을 조달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 뒤따른다.

다행히 적당한 산업단지 부지를 물색했다 하더라도 지루한 서류행정이 대기하고 있다. 공장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3000쪽 이상의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환경, 토목, 교통 등은 각각 외부 용역을 활용해야 한다.

어렵사리 인허가 서류를 마련한 뒤에도 규제의 번거로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서류를 해당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관련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에 보내야 한다. 수도권정비계획 심의, 산업단지계획 심의, 환경영향평가, 교통·재해영향 평가 등의 각종 심의를 개별적으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단계마다 반려 의견이나 수정 요구가 있으면 다시 협의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실무적으로는 1년 남짓 걸린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다시 공장 건축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전문 컨설턴트조차 존재할 수 없게 만드는 난수표 같은 규제 행렬이다. 수도권 기업 사이에 “차라리 무허가 공장을 짓는 것이 낫다”는 자조가 나오는 배경이다.

■ 산업단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정을 받아 산업시설이 들어서는 일정 지역. 사전 인허가에 따라 도로, 전기, 오폐수처리시설 등 기반시설이 조성된 뒤 기업이 입주한다. 수도권정비계획에 따라 면적 제한 규제를 받는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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