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도 샤부샤부도…9900원에 '무한 리필'
지난 9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주요 인터넷 게시판에는 ‘9900원 피자’에 대한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피자헛이 이날 출시한 ‘더 맛있는 피자’가 화제가 됐다. 이 메뉴는 2만원대 프리미엄급 피자에 주로 사용하는 게살, 새우, 포테이토 등을 재료로 쓰면서도 가격은 9900원(미디엄 사이즈 기준)으로 크게 낮춰 관심을 끌었다.

외식업계에 가격 파괴 바람이 불고 있다. 업체들이 기존에 판매하던 메뉴 가격을 큰 폭으로 내리거나 새로운 저가 메뉴를 출시해 소비자들의 닫힌 지갑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피자업체들은 뷔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피자헛은 이달 말까지 피자와 샐러드, 음료를 무제한 제공하는 ‘피자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자리에 앉으면 100분간 5~10분 간격으로 갓 구워진 피자를 가져다준다. 가격은 평일 점심 기준 9900원이다. 피자헛 관계자는 “피자는 값이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준비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피자도 샤부샤부도…9900원에 '무한 리필'
미스터피자는 앞서 지난해 11월 런치뷔페 행사를 열었다. 손님이 몰려 피자가 나오자마자 떨어지는 소동을 빚을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이랜드는 서울 마포구 지하철 홍대입구역 근처에 뷔페식 피자전문점인 ‘피자몰’을 열면서 뷔페 경쟁에 뛰어들었다.

불황으로 상당수 브랜드가 점포를 접은 패밀리레스토랑은 가격 할인에 더욱 적극적이다.

베니건스는 최근 ‘청춘만원’ 이벤트를 시작했다. 1990년 이후 태어난 소비자를 대상으로 모든 메뉴를 1만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다. 기존에는 평일 점심시간에만 할인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엔 매장 방문 시간에 상관없이 할인해주고 있다. TGI프라이데이스는 ‘어메이징 런치’라는 이름의 할인행사를 벌이고 있다. 치킨 스테이크 등 메인메뉴 한 가지와 식전빵, 오늘의 수프, 음료, 커피 등이 함께 나오는 메뉴를 먹고 20% 통신사 제휴할인을 받으면 9200원에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

샤부샤부 전문점들은 샐러드바를 저렴한 가격에 운영하면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채선당은 1인당 1만원 정도만 내면 샤부샤부와 함께 채소를 무제한 먹을 수 있는 채선당 플러스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채선당 플러스는 지난해 말 기준 50호점을 넘어섰다. 이랜드의 로운샤브샤브는 9900원 샐러드바를 운영하고 있다.

가격 파괴와 함께 메뉴를 규격 제품화해 대형마트나 인터넷몰 등에서 판매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본죽은 지난해 말 통단팥죽과 꿀호박죽을 가정간편식 형태로 출시해 본죽 매장 외에 대형마트 등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본죽 관계자는 “기존에는 점포의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식품류는 출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외식업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오히려 가맹점주들이 간편식 형태의 제품 출시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고기브라더스는 도시락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한식당인 강강술래는 매장에서 파는 고기류 제품을 인터넷몰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