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5년 만에 마이너스…유로존 덮친 '디플레 공포'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올해 가입한 리투아니아 제외)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0.2% 떨어져 5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유로존의 디플레이션(장기 물가하락) 진입 우려가 더욱 커지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전면적인 양적 완화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유럽연합(EU) 통계청 유로스타트는 7일 지난 12월 CPI(잠정치)가 전년 동기 대비 0.2%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 -0.1%보다 더 낮은 수치다. 유로존의 CPI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2009년 10월 이후 5년2개월 만이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면서 유로존 CPI는 ECB의 목표치인 2.0%를 22개월 연속 밑돌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6개월 이상 이어진 국제유가 급락이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 기간 에너지 가격은 6.3%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존의 부진한 물가상승률로 인해 오는 22일 열리는 ECB의 통화정책회의 후 국채 매입 등 전면적인 양적 완화가 시행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물가 하락이 유로존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이 투자를 늦추고, 가계도 소비를 미룰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세를 감안할 때 유로존의 물가 하락 추세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최근 “이미 국채 매입 등 추가적인 양적 완화에 대한 준비는 마쳤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