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왼쪽부터),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 엘런 휴-크로믹 미시간대 교수,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교수가 미국 및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보스턴=유창재 기자
3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왼쪽부터),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 엘런 휴-크로믹 미시간대 교수,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교수가 미국 및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보스턴=유창재 기자
올해도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독주가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성장률 둔화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위기는 글로벌 경제의 위협 요인으로 꼽혔다. 3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경제학자들은 “미국은 올해 3%가량 성장하면서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로존은 유로본드 도입이나 새로운 방식의 양적 완화와 같은 특단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가 주를 이뤘다.

○“올해 세계 경제 승자는 역시 미국”

[2015 미국경제학회] "올해 세계경제 승자는 미국…油價 하락 힘입어 3%가량 성장"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장은 “세계 경제의 회복을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며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잠재성장률과 비슷하거나 조금 웃도는 수준인 2.5~3% 정도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일본과 유럽의 경제성장률은 1%를 조금 넘는 수준이고,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도 지속될 것”이라며 “미국 경제에도 하방 위험성이 없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올해의 승자는 미국”이라고 내다봤다.

허버드 교수는 다만 “금융위기 이후 크게 줄어든 고용시장 참여율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점은 걱정”이라며 “투자와 근로소득을 장려하는 감세 정책, 직업훈련과 교육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버드 교수는 2003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냈다.

엘런 휴-크로믹 미시간대 경영대학 교수도 “유가 하락으로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면서 올해 미국 경제가 3%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는 기업들의 자본 투자와 수출, 서비스 소비 증가가 경제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크로믹 교수는 “과거의 경제 사이클을 분석해 보면 지난 아홉 번의 사이클 동안 미국 경제는 평균 24% 성장했다”며 “2009년 2분기부터 시작된 이번 사이클에서는 아직 12%밖에 성장하지 않아 여전히 성장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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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 변화 없으면 유로존 위기 반복”

미국 경제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유로존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화 가치를 절하하면서 시중의 돈을 흡수하지 않는 이른바 ‘태환 개입’을 통해 디플레이션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CB는 그동안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 등 양적 완화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는 ‘불태환 정책’을 병행해 왔다.

제프리 프랭켈 하버드대 교수는 “ECB가 유로존 소속 국가들의 채권 대신 미국 국채를 사는 새로운 방식의 양적 완화를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취약국 지원에 대한 독일의 반대를 피하면서 외환시장에 개입해 유로화 가치를 절하시키라는 얘기다.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해진 신흥국

신흥국 경제에 대해서도 암울한 분석이 많았다. 특히 외부 충격에 취약한 신흥국들의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신흥국 경기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지적됐다.

루파 다타굽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연구실 부실장은 “지난 15년간 신흥국 경제 성장에 기여한 요인 중 절반은 외부에 있었다”고 분석했다. 다타굽타 부실장은 “최근 들어선 신흥국 내부 요인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중국의 경제 성장률 둔화를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그는 이에 따라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 회복 혜택이 신흥국으로 돌아가지 않게 됐다고 진단했다.

잉고 피털리 유엔경제사회국(UNDESA) 경제자문관은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대부분 외채가 아니어서 한국이 외부 충격에 따른 금융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적다”고 진단했다.

보스턴=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