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경제의 핵심 과제는 구조개혁과 경제 활성화다.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행정과 규제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관건은 공무원이 얼마나 움직이느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정부세종청사 완공식에서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어가는 구심점으로 우리 역사에 길이 남는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공무원을 독려했다.

이 대목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공무원의 사기 진작 문제다. 연말 송년모임에서 만난 적잖은 관료와 기업인들이 조심스럽게 제기한 것이기도 하다.

2014년은 공무원에게 잔인한 해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 공직사회는 ‘부패하고 무능한 집단’이라는 멍에를 뒤집어썼다.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 확산에 퇴직 관료의 산하기관 및 민간기업 재취업 제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됐고 해양경찰청 해체 등 정부 조직까지 개편됐다. 고위공직자 대부분이 갈 곳을 잃으면서 파행에 가까운 인사 적체가 시작됐다. 이 와중에 추진된 공무원 연금개혁으로 국민의 시선은 더 따가워졌다. “왜 우리 세금으로 공무원 노후를 보장해줘야 하느냐”는 여론이 확산된 것.

전직 장관 A씨는 “비판과 견제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공직개혁이 단기간에, 지나치게 가파른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공무원 사회에서 최고의 덕목으로 받들어온 전문가적 자부심이 실추된 것이 뼈아프다는 얘기다.

여기에 세종시에서 가족과 떨어져 기차역과 고속도로를 오가는 고단한 행렬에 나선 이들까지 포함하면 공직사회는 4중고(재취업 제한-인사 적체-사기 저하-이주 스트레스)에 빠져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나랏돈으로 키운 인재 방치해선 안돼"

가뜩이나 한국의 공무원들은 정책개발에 대한 과도한 요구로 죽을 맛이다. 뭔가 문제가 터지면 “도대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아우성이 난무한다. 대책은 필연적으로 규제를 불러들이고, 그 규제가 민원을 야기하는 구조 속에서 법대로 집행하는 것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권한과 책임이 분명하지 않다 보니 정책적 소신을 구현하기도 어렵다. 사후적으로 잘못을 추궁하는 국회와 감사원은 공무원들을 끊임없이 눈치 보게 만든다. 지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단적인 사례들이다.

전관예우의 부작용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공공부문의 부패지수가 후진국들과 순위 경쟁을 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나랏돈으로 해외유학까지 보내며 키운 인재를 그대로 사장시키는 것은 국가적으로 손실이다. 막힌 곳은 뚫어주고 신상필벌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정책 입안과 집행을 책임지는 공무원들의 역할을 인정하고 전문성을 존중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민·관이 상생하는 경제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공정거래위원장,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지낸 백용호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는 “사회집단 간 갈등이 많은 분야일수록 공직자들의 지식과 경험이 문제 해결이나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한다”며 “공무원들이 국가의 전략적 목표를 향해 한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새로운 관료상을 정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일훈 경제부장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