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상옥마을 사과농가 주민들이 지난달 30일 상옥복지회관에서 주민회의를 열고 ‘스마일 사과마을’ 운영 계획을 논의한 뒤 활짝 웃고 있다. 포항=조진형 기자
포항 상옥마을 사과농가 주민들이 지난달 30일 상옥복지회관에서 주민회의를 열고 ‘스마일 사과마을’ 운영 계획을 논의한 뒤 활짝 웃고 있다. 포항=조진형 기자
“사과가 맛있다는 이유만으로는 앞으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이야기를 담아야 합니다.”

서상욱 상옥슬로우시티영농조합법인 대표는 “당도가 높은 사과를 재배하는 농가는 전국에 수두룩하다”며 “시장 개방 속에서 고부가가치 사과를 생산하지 못한다면 도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파도가 몰려오는데 가만히 앉아 있으면 당한다”며 “마을 전체가 똘똘 뭉쳐 중국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과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일 사과
스마일 사과
경북 포항 죽장면의 작은 사과농가 상옥마을에서 변화가 일고 있다. 상옥마을 주민 50여명은 지난해 12월30일 상옥복지회관에 모여 ‘스마일 사과 마을’을 만들기로 뜻을 모으고 구체적인 실현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스마일 사과’는 사과 표면에 웃음을 디자인한 사과를 말한다. 사과가 거의 자라 빨간색으로 물들기 직전에 웃는 모양의 스티커를 부착한 다음 수확과 함께 떼어내면 된다. 마을 주민들은 또 올해 생산할 사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서도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곳 주민들의 평균 연령은 약 60세다. 연간 매출은 평균 1억5000만원이고 5000만~7000만원가량 소득을 남긴다. 다른 사과마을에 비하면 풍족한 편이다. 해발 400m 산 중턱에 있는 지리적 여건 덕에 당도가 높은 고품질 사과를 재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마을은 사과를 재배하기 시작한 지 20여년 만에 대변신을 결심했다. 경북 지역에 밀집(국내 재배량의 63.6%)한 사과농가들이 모두 ‘맛있는 사과’를 추구하기 때문에 맛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하기가 어렵다.

상옥마을 주민들은 올해 ‘스마일 사과’와 함께 ‘키스 사과’도 내놓기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사과에는 입 냄새를 억제하는 폴리페놀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을 대폭 강화한 품종을 개발하자는 것이다. 주민 손유락 씨는 “스마일 사과나 키스 사과 같이 부가가치가 높은 과일은 생산비가 크게 더 들지 않으면서도 기존 가격보다 2배 이상에 팔 수 있다”며 “국내는 물론 중국 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옥마을은 또 올해 안에 마을 전체를 ‘스마일 사과 마을’로 재단장하기 위해 ‘스마트 팜(FARM)’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FARM은 농장이라는 일반적인 뜻 외에 패션(fashion) 예술(art) 휴식(rest) 음악(music)의 영어 첫 글자를 따온 것이다. 서 대표는 “관광객들이 ‘스마일 사과’ 재배를 경험하는 체험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세계 최고는 어렵겠지만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포항=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