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전이다] 나이키·애플처럼 공장 없이 R&D·디자인·마케팅에만 집중
휴맥스는 케이블TV나 인터넷TV(IPTV)를 볼 때 쓰는 셋톱박스 전문기업이다. 하지만 이 회사에는 공장이 없다. 중국 대만 브라질 멕시코 알제리 등에 있는 국내외 15개 전자제품 생산 전문기업(EMS)을 통해 제품을 만든다. 제조보다는 제품 기획과 연구개발(R&D), 설계, 디자인, 마케팅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세상에서 운동화를 가장 많이 파는 미국 나이키가 신발을 직접 만들지 않고 동남아에서 위탁생산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아이폰을 내놓은 애플도 마찬가지다.

변대규 휴맥스 회장(사진)은 “싸고 질 좋게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타깃으로 정한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제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셋톱박스는 디지털 형태로 송신되는 방송신호를 잡아 TV에 영상과 음성, 데이터 신호를 보내는 장치다. 휴맥스는 디지털 위성 셋톱박스 시장에 처음 진출한 1990년부터 ‘공장 없이 사업을 한다’는 방침이 확고했다.

대신 휴맥스는 연구개발에 매달렸다. 휴맥스 직원 784명(지난해 9월 말) 가운데 연구개발 인력이 약 60%인 477명이다. 휴맥스는 뛰어난 기술력과 제품 기획력을 토대로 미국 최대 케이블TV 사업자인 디렉TV 등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셋톱박스 세계 시장 점유율은 5%(지난해 세계 6위) 정도다. 지난해 매출은 1조5000억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단순 생산직이 없다 보니 직원들의 평균 연봉도 높은 편이다. 휴맥스 직원들이 2013년 한 해 동안 받은 연봉은 평균 6028만원이었다.

변 회장은 작년 12월 초 휴맥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대신 지주회사인 휴맥스홀딩스 회장을 맡아 셋톱박스 시장에 불고 있는 융·복합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헬스케어를 합친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