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委, 예비판정
국내기업 제소 받아들여

무역위, 내년 3월 최종 판정
"중국산 H형강 최고 32% 덤핑"

지난 수년간 국내에서 H형강(건축물 등 대형 구조물 골조나 토목공사에 많이 쓰이는, 단면이 H모양인 형강)을 저가로 덤핑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 업체들에 덤핑 예비판정이 내려졌다. 정부가 이르면 내년 3월께 최종 덤핑 판정을 내리면 중국 업체들은 최고 32%의 덤핑 관세를 물어야 한다. 시장 규모나 업종의 민감성에 비춰볼 때 해당 기업이나 중국 정부가 강력 반발, 양국 간 통상 이슈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는 지난 23일 제337차 회의를 열고 “중국산 제품이 정상가격 이하로 수입되고 있어 같은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국내 업계가 실질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고 추정되는 충분한 증거가 있는 것으로 판정된다”며 “이번 예비판정을 기반으로 조만간 본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무역위가 발표한 중국 업체의 잠정 덤핑률은 17.69~32.72%다.

'2조5000억 시장' 놓고 韓·中 통상마찰 불거질 수도

이 같은 결정은 지난 5월 말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국내에 범람하는 중국산 H형강에 대해 무역위원회에 반덤핑 제소장을 제출, 조사를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반덤핑 제소는 해외 수출국이 자국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수출해 수입국 산업이 피해를 입을 경우 수입국 업체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총 2조5000억원(지난해 기준) 규모인 국내 H형강 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은 약 30%에 이른다.

특히 중국산 저가 H형강 수입량은 무역위가 지난 7월 반덤핑 조사를 시작한 시점보다 오히려 늘었다. 조사 개시를 발표한 7월 수입량은 4만4341t이었지만 10월 7만398t, 11월 8만653t 등으로 계속 증가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덤핑방지 관세가 부과되기 전에 최대한 수출을 늘리겠다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내산 H형강의 유통가격도 꾸준히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t당 83만원 수준이던 H형강(소형 기준)은 이달 들어 t당 78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H형강이 주력 제품인 동국제강은 지난 1분기에 적자를 낸 데 이어 3분기에도 6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제품이 범람하면서 동국제강의 점유율이 25%대에서 20%대로, 현대제철은 50%대에서 40%대로 하락했다”며 “본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중국산 저가 제품의 수입량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업체의 점유율이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산 H형강에 대한 덤핑 판정은 양국 통상관계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H형강은 두 나라 모두 주력 산업인 데다 조(兆) 단위의 대규모 시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번 결과에 대해 중국 철강업체들이 크게 반발하며 중국 정부에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할 경우 2000년 ‘마늘 분쟁’ 등과 같은 통상 마찰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무역위 고위 관계자는 “정치적 고려 없이 철저히 시장 상황에만 기반을 두고 최종 판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위는 앞으로 3개월 동안 중국 현장 가격 등에 대한 본조사를 한 뒤 이르면 내년 3월, 늦어도 5월께 중국 H형강 업체에 대한 덤핑방지 관세 부과 여부와 관세율을 최종 판정할 계획이다.

세종=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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