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한라비스테온 매각 강행땐 별도 대책 강구"
국내 최대 자동차용 에어컨·히터 제조사인 한라비스테온공조가 사모펀드에 팔리는 데 대해 현대자동차가 다시 우려를 나타냈다. 현대차의 반대를 의식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한국타이어를 끌어들였지만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16일 “한라비스테온을 사모펀드에 파는 것에 대해 분명히 반대 입장을 밝혔는데 매각을 강행한다면 안정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별도 대책을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지만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한라비스테온에서 받는 자동차용 공기조절장치 물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체 공조 장치 중 60~70%를 한라비스테온에서 공급받고 있는데 이를 단계적으로 축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한 신형 쏘나타(LF)에 들어간 공조장치 공급처를 한라비스테온공조에서 일본 덴소로 바꿨다. 연간 생산능력 30만대인 앨라배마 공장은 쏘나타와 아반떼를 각각 62%, 38%가량 만든다. 덴소는 일본 도요타자동차에서 분리돼 1949년 설립됐으며 세계 1위 공조업체이자 세계 2위의 자동차 부품업체다.

범현대가로 분류되는 한라그룹의 만도는 현대차 물량을 노리고 덴소와 합작해 공조 업체를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해왔다. 만도는 현대차에 브레이크와 스티어링 등을 납품하고 있다.

한라비스테온의 매출 중 현대차그룹에 대한 의존도는 50%가 넘는다. 현대차그룹이 거래처를 바꾸면 한라비스테온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대차가 다른 공조 업체를 인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한라비스테온이 국내 자동차 공조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지만 두원공조(25%)와 한국델파이(17%)도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가 아닌 해외 공조 업체를 사는 것도 유력한 대안 중 하나다. 마땅한 매물이 나오지 않으면 현대모비스나 현대위아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에서 공조사업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외 다른 공조업체와 합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는 한라비스테온 인수전에 한국타이어가 뛰어들었다 하더라도 인수 주체가 여전히 사모펀드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앤컴퍼니가 수조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과도한 배당과 이자비용을 내걸고 있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금융비용을 충당하다 보면 자동차 부품 경쟁력의 핵심인 연구개발에 소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의 품질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부품 공급 안정성이 중요하다”며 “산업자본이 아닌 사모펀드가 자동차 부품 업체를 인수하면 납품 신뢰 관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