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M&A 불인정, 부동산은 '업무용' 한정…기업소득환류세 시행령 논란
정부가 해외 투자와 국내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를 기업소득환류세제상 투자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부동산 투자의 경우엔 업무용 부동산에 한정하되 부동산 매입 후 1년 이내에 공장 등을 착공해야 투자로 인정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기획재정부와 경제계에 따르면 올 연말께 발표될 세법시행령 개정안에 담길 기업소득환류세제상 인정되는 부동산 투자가 ‘업무용 부동산’으로 한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단 부동산 매입 후 일정 기간 내에 착공을 해야 업무용 부동산으로 인정된다.

해외투자·M&A 불인정, 부동산은 '업무용' 한정…기업소득환류세 시행령 논란
관건은 ‘업무용’의 범위와 기간이다. 기재부가 업무용의 의미를 폭넓게 해석하면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9월 10조5500억원을 들여 매입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역시 투자로 인정받게 된다. 하지만 공장설립용 토지 매입 등을 ‘업무용’으로 해석하는 잣대를 적용할 경우 ‘세금폭탄’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재부가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도입한 기업소득환류세제는 투자, 임금, 배당 등이 당기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한 경우 10% 추가 과세하는 게 골자다. 자기자본금이 5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이 대상이다. 특히 투자의 경우 어디까지 인정해주느냐에 따라 기업들이 지는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부동산 투자도 당연히 투자로 인정해준다는 큰 원칙만 확정됐을 뿐 구체적인 범위 등에 대해선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기재부 안팎에서는 공장 설립 등 제한적인 경우에 한해 업무용 부동산 투자를 인정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기간도 ‘부동산 매입 후 1년 또는 인허가 이후 1년 이내 착공’ 등 까다로운 조건이 붙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렇게 방침을 정한 것은 단순히 사옥을 이전하거나 업무와 상관없이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세금 혜택을 줄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하지만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인허가에만 1~2년, 민원 해결에만 1년 이상 걸리는 투자 현실을 너무 도외시한 처사”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기재부는 논란이 됐던 해외 투자와 국내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 역시 세법상 투자에 포함하지 않기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투자를 아무리 많이 해도, 인수합병(M&A)을 위해 기업 지분을 많이 취득해도 이 모든 게 기업소득환류세제상 투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해외투자액이 많거나 M&A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기업일수록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의 높은 인건비와 규제 등을 피해 해외로 나가는 기업들의 여건을 헤아리지 않은 채 무조건 세금으로 투자 확대를 압박하는 것은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이 많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향후 경기침체 지속으로 기업들의 구조조정 압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M&A 등을 투자로 인정해주지 않으면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