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악화 불구 무선사업부 등 인위적 개편·감축 없어
해외영업조직 소폭 정비…재도약 기틀 마련


삼성전자가 11일 소비자가전(CE)·IT무선(IM)·부품(DS) 등 3대 부문으로 이뤄진 현 사업체제의 틀을 유지하는 가운데 일부 사업단위를 조정하는 비교적 소폭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는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조직에 무리한 변화를 줘 시행착오를 겪기보다는 빠르게 안정시키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초 단행된 사장단 인사 기조와도 궤를 같이한다.

다만 지난 3분기 큰 폭의 실적 악화를 겪은 삼성전자가 대규모 조직개편이라는 고강도 처방없이 현재 부닥친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 3대 부문 유지…MSC·글로벌B2B센터 사업조직으로 이관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단행된 조직개편에 대해 "키워드는 '효율'과 '집중'"이라고 말했다.

큰 변화를 주기보다는 조직의 효율을 높이고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종의 '미세조정'을 실시했다는 것이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가장 큰변화는 콘텐츠·서비스를 담당하는 미디어솔루션센터(MSC)와 B2B(기업간거래) 사업을 총괄하는 글로벌B2B센터를 사업조직 안에 배치한 점이다.

MSC의 무선 관련 기능은 IM 부문 무선사업부로, 빅데이터 센터는 소프트웨어 센터로 각각 이관됐다.

글로벌B2B센터의 영업 실행 기능은 무선사업부로, 전략 기능은 글로벌 마케팅실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08년 MSC를, 2012년 글로벌B2B센터 조직을 신설했었다.

당초 이번 조직개편에서는 삼성의 신상필벌 기조에 따라 실적 악화의 진원인 IM부문, 특히 무선사업부의 대규모 조직 및 인력 감축이 예상됐었다.

IM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각각 1조7천500억원과 24조5천8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73.9%와 32.8%가 줄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지난 1일 사장단 인사에서도 무선사업부 사장급 3명이 한꺼번에 자리에서 물러나 실적악화에 따른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무선사업부가 MSC와 글로벌B2B센터 기능을 넘겨받음으로서 외관상은 더 커지게 됐다.

다만 당초 사장급이 맡던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과 개발실장 자리에 부사장급을 앉혀 조직 지휘체계의 군살을 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MSC와 글로벌B2B센터를 사업조직 안으로 배치한 것은 시장 대응력과 의사결정 스피드를 높여 현장 중심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설명했다.

◇ 해외영업 수장 소폭 교체…미국 판매법인 단일화
삼성전자는 이날 10개 지역총괄 가운데 2곳의 수장을 교체했다.

엄영훈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이 구주 총괄로, 홍현칠 중남미총괄 SELA(Samsung Electronics Latin America) 법인장(전무)이 서남아시아 총괄로 자리를 옮겼다.

해외 지역총괄 중 절반을 교체하면서 해외영업 조직의 전열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한 지난해와 대비된다.

어려울 때 큰 폭의 변화를 주기 보다는 현지 시장에 밝은 영업 전문가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줘 실적 회복을 이끌어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이달 17∼18일 수원·기흥사업장 등에서 글로벌 전략협의회를 열어 내년 재도약을 위한 해외사업의 구체적인 전략을 가다듬을 예정이다.

세계 최대 미국 시장 공략과 관련해 삼성전자는 2개 판매법인을 1개로 줄여 시너지와 효율성을 제고하도록 했다.

뉴저지에 위치한 SEA(Samsung Electronics America)가 CE 사업의, 댈러스 소재 STA(Samsung Telecommunication America)가 IM 사업의 중심 역할을 각각 수행하던 것을 SEA 법인으로 단일화하고 뉴저지에 통합 본사를 두도록 했다.

삼성 관계자는 "TV와 휴대전화 1등 유전자(DNA)를 보유한 영업조직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중복기능은 통합해 효율을 높이고 자원을 재분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