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11일 개막] 베트남, 냉장고·화장품 10년내 관세 철폐…韓, 열대과일 빗장 풀어
10일 실질 타결된 한국·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그동안 예견했던 대로 한국이 베트남의 전자, 자동차 부품 등 공산품 시장의 빗장을 풀고 열대과일, 냉동마늘 등 베트남의 농수산물을 받아들이는 형태로 마무리됐다. 이로써 베트남은 한국의 15번째 FTA 체결국이 됐다. 현 정부 들어서는 호주, 캐나다, 중국, 뉴질랜드에 이어 다섯 번째로 타결된 것이다.

◆자유화율 92.2%로 끌어올려

이번 FTA로 한국은 베트남과 교역 자유화율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그동안 양국은 한·아세안 FTA 협정에 따라 교역을 해왔지만 베트남은 한·아세안 FTA 후발 참여국으로 분류돼 관세철폐 일정이 늦고 자유화 수준도 낮았다. 한·아세안 FTA의 활용률도 38.7%(수출액 기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타결로 베트남은 기존 86.2% 수준이던 자유화 수준을 92.2%로, 한국은 91.3%를 95.4%로 높였다.

아울러 2009년 발효된 일본·베트남 FTA로 인해 그동안 일본 기업들에 비해 열세에 놓여있던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베트남의 이번 자유화율은 일본과의 FTA보다 2.1%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한국의 면직물, 편직물, 철도차량 부품 등이 혜택을 볼 전망이다.

◆지식재산권 보호 장치도 마련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과의 FTA를 통해 수혜를 입는 대표적인 제품은 자동차 부품, 승용차(3000㏄ 이상) 등 공산품과 전기밥솥,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가전 등이다. 대부분 자동차 부품과 무선통신기기 부품 관세는 5년 내 철폐될 예정이다.

또한 전기밥솥, 냉장고, 에어컨,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컬러TV 등에 대한 관세는 10년 내 없어진다. 스킨·로션, 파우더 등 화장품 관세도 10년 내 철폐된다.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 중 100개도 한국산으로 원산지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에 설문지를 돌려 기존 한·아세안 FTA 때 지정했던 100개 원산지 인정 품목을 개편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구제장치도 마련됐다. 최근 한류 콘텐츠가 베트남에서 유통되는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성과라는 설명이다. 방송 사업자나 음반 제작자, 연주자, 저자의 허락 없이 콘텐츠를 복제할 경우 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새우 사실상 전량 무관세 수입

반면 농가와 과수업계, 중소 의류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쌀을 비롯해 고추 양파 등은 시장 개방에서 제외했지만 베트남이 경쟁력을 갖춘 망고, 바나나,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과 과일주스는 FTA 발효 시점부터 10년 내 관세를 완전 철폐하기로 했다.

베트남에서 제조되는 남성바지·셔츠, 여성 정장, 코트 및 재킷, 블라우스, 면사 등 다양한 의류 제품도 FTA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된다. 한국이 베트남에서 10번째로 수입을 많이 하는 품목인 새우는 저율관세할당(TRQ)으로 수입된다. 최대 1만5000t(1억4000만달러어치)에 대해 무관세로 수입하기로 한 것. 지난해 한국이 베트남으로부터 수입한 냉동·가공 새우가 1억2400만달러어치였던 만큼 사실상 수입 전량을 무관세로 들여오게 된다.

세종=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