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덱스펀드 '지고' 배당주·중소형주펀드 '뜨고'…내년 하이일드·신흥국채권펀드 수요 몰릴지 관심
올해도 박스권 증시가 계속된 탓에 국내 주식형펀드 투자자들이 울상이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올 한 해 수익률은 평균 -2.84%에 그쳤다. 코스피200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인덱스펀드는 올 들어 -4.13%의 수익률로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반면 차별화된 실적 성장세를 보여준 중소형주에 선별 투자한 중소형주펀드와 배당주펀드는 가파른 수익률 상승으로 돋보이는 성과를 냈다.

올 한 해는 국내펀드보다 해외 주식형펀드들의 성과가 더욱 빛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마이너스’ 펀드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인도 및 중국 펀드가 정부 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26~40% 수익률을 거둬 눈길을 끌었다.

배당주, 중소형주…두 자릿수 수익률

5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올 한 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국내 주식형펀드(설정액 50억원 이상 펀드 대상)는 ‘미래에셋가치주포커스자1C1’로 27.29%의 수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1.23%)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성과다. 박스권 증시에서 코스피지수 움직임은 저조했지만 매니저의 종목 선별로 초과수익을 냈다. 포트폴리오(9월 말 기준)를 살펴보면 소형주 비중이 78.34%에 이른다. 주요 편입종목은 리노공업, ISC, 한미반도체, 삼성전자우, 한전KPS, 고영, SK텔레콤 등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한국밸류10년투자배당C-E’(25.30%), ‘신영밸류우선주자A’(20.11%) 등 배당 관련 펀드가 상위권을 휩쓸었다. 저금리, 저성장 기조 속에서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 기대감이 부각, 배당주로 시장의 관심이 쏠린 덕분이다. 덕분에 쪼그라드는 펀드 시장에서 배당주펀드는 자금몰이를 주도했다. 박스권에 갇힌 지수로 인해 펀드 투자자들이 지수대에 따라 자금유출입을 반복하면서 전체 3조6376억원의 순유출을 나타냈지만 배당주펀드는 연초 이후 2조6609억원어치를 끌어모았다. 이 자금 중 60%가 ‘신영밸류고배당’으로 들어갔다. ‘신영밸류고배당’은 2003년 설정된 원조 배당주펀드로 올 한 해 1조5748억원의 자금이 몰리면서 전체 설정액 3조원이 넘는 초대형펀드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물론 올해 수익률도 9.34%(A클래스 기준)로 여전히 상위권에 속한다.

배당주펀드와 함께 중소형주펀드의 선전도 두드러졌다. 올 들어 중소형주펀드 평균 수익률은 12.12%에 이른다. ‘삼성중소형FOCUS1A’(10.80%), ‘KB중소형주포커스A’(14.20%) 등 주요 펀드들이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인덱스펀드 '지고' 배당주·중소형주펀드 '뜨고'…내년 하이일드·신흥국채권펀드 수요 몰릴지 관심
인도 펀드 ‘웃고’, 러시아 펀드 ‘울고’

부진한 국내 증시와 달리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증시가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며 해외 주식형펀드들의 성과가 좋았다. 지역별로 해외 주식형펀드 성과를 살펴보면 인도 및 아시아 지역 펀드들이 수익률 상위를 나타냈다. 특히 인도 펀드가 46.71%의 수익률을 기록,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정책 기대감이 부각되면서 올 한 해 거침없는 상승가도를 달렸다. 뒤를 이어 중국본토 펀드도 26.68%의 수익률로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후강퉁(상하이, 홍콩거래소 간 교차거래) 시행과 중국의 경기부양책 등에 힘입어 중국본토 주식이 반등하면서 ‘삼성CHINA2.0본토자1A’(23.27%), ‘한국투자네비게이터중국본토H(A)’(21.62%) 등 주요 펀드들이 20% 넘는 수익을 냈다.
인덱스펀드 '지고' 배당주·중소형주펀드 '뜨고'…내년 하이일드·신흥국채권펀드 수요 몰릴지 관심

선진국에서는 북미 펀드가 16.45%의 수익을 올리면서 약진했지만 유럽 펀드는 경기둔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6.02%의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물론 국내 증시 성과와 비교해 미국, 유럽 증시도 선전했다는 게 전문가 평가다.

반면 유가를 비롯해 원자재 가격 약세로 원자재 기업 비중이 높은 브라질, 러시아 증시는 추락하며 관련 펀드들의 성과가 저조했다. 러시아 펀드는 올 한 해 29.14%의 손실을 입고 꼴찌 펀드로 전락했다. 브라질 펀드도 -6.28%의 수익률을 내면서 연초 투자자들에게 원금 손실을 안겨줬다. 주요 펀드인 ‘JP모간러시아자A’ ‘미래에셋러시아업종대표자1A’ 등의 올 한 해 손실률만 31%가 넘는다.

내년에도 미국, 중국, 배당주 주목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 주식형펀드가 견조한 성과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회복의 중심이 될 미국과 함께 유럽, 일본 역시 경기부양책을 통해 투자심리가 올해보다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미국은 금리 인상보다 경기 개선 추세가 더 부각돼 글로벌 유동성 효과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중국 인도 등 일부 신흥국 펀드도 자체적인 경기부양책을 바탕으로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이 동반되면서 신훙국 중 차별화된 증시 움직임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채권형펀드도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알파 수익을 낼 수 있는 고금리 채권 선호 선향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유럽의 경기 개선에 따라 하이일드펀드와 신흥국 채권(인도, 인도네시아)에 여전히 관심을 둘 만하다고 진단했다.

올해 실망감을 안겨준 국내 주식형펀드에 대해서도 내년 반등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 대비 국내 증시가 저평가 상태이기 때문에 기업 실적 개선이 뒷받침된다면 글로벌 유동성 유입에 따른 반등을 기대해 볼 만하다”며 “미국 등의 경기 회복 수혜를 국내 수출기업들도 누리면서 국내 증시의 소외현상도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저금리 기조와 글로벌 투자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인컴 및 고배당 투자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진단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