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연봉이요? 그것보다 새 출발이 더 중요하지요.”

이달 초 삼성에서 퇴직한 임원 A씨의 얘기다. 아무나 하기 힘들다는 삼성 임원까지 해봤으니 더 바랄 게 있을까 싶어도 ‘아직 더 일할 수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당분간 회사에서 일정 급여를 받는 데 무슨 걱정이냐고들 말하지만 당장 일이 없어지니 막막하다”며 “재취업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건강 수명이 길어지면서 퇴직 임원들의 최대 관심사가 재취업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일부 기업이 다양한 컨설팅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이런 변화를 감안한 것이다. 재취업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인식이 급속히 확산되는 분위기다.

LG그룹은 퇴직 임원을 위한 ‘아웃 플레이스먼트(out placement)’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창업 컨설팅 전문기관을 통해 퇴직 임원들에게 창업 및 취업을 지원해준다. 총 6개월에 걸쳐 교육과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퇴직으로 인한 충격을 줄여주고 새 삶을 찾도록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그룹은 계열사별로 퇴직 임원의 근무 기간과 기여도를 고려해 다른 회사에 취업할 수 있도록 알선해주거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SK그룹도 컨설팅 업체를 지정해 취업이나 창업 상담, 재무 설계 등을 지원한다. 모든 컨설팅 비용은 회사에서 부담한다.

대부분 기업은 퇴직한 임원들을 직급에 따라 1~2년간 고문 또는 자문역으로 임명해 현직 당시 연봉의 50~80% 수준의 급여를 주고 있다. 재취업이 되면 급여 지급이 중단되지만 그래도 재취업하겠다는 퇴직 임원들이 늘고 있다고 인사 담당자들은 전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