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SK하이닉스, 반도체 수출 14조 최대
SK하이닉스의 올해 수출액이 14조6000억원을 넘어 사상 최대에 달할 전망이다.

날개 단 SK하이닉스, 반도체 수출 14조 최대
최태원 SK 회장(사진)이 “내수 위주인 그룹의 체질을 수출 주도형으로 바꾸자”며 2012년 회사를 인수할 당시 9조3000억원보다 수출 규모가 4조7000억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연구개발 투자와 최첨단 장비 등 시설 투자를 과감히 늘린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산업 발전과 수출 확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5일 열린 무역의날 행사에서 처음으로 100억불 수출탑을 받았다.

○수출 14조원 돌파 ‘눈앞’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를 만드는 SK하이닉스는 1983년 현대전자로 설립된 이래 롤러코스터 같은 부침을 거듭했다. 창립 직후부터 고속성장하며 6년 만인 1989년 세계 반도체 업계 20위권에 진입하기도 했지만, 1998년 외환위기와 이후 빅딜 등을 거치며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 결국 2001년 10월 15조원이 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야 했다.

이후 꾸준한 기술 개발로 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해내고 2003년부터 2007년까지 17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드디어 부활하나 싶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시 5조원 가까운 순손실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술력은 있었지만 외부 환경이 악화될 때 버텨줄 ‘맷집(자금력)’이 없다보니 실적이 매번 들쑥날쑥했다”고 전했다.

그랬던 회사가 2012년 SK그룹 계열로 들어가면서 달라졌다. 그룹의 든든한 지원금 덕에 위기 때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때마침 지난해 초 일본 엘피다의 부도로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3~4개 업체 위주로 재편되는 등 시장도 안정됐다. 결국 2012년 9조원 정도였던 수출액이 지난해 13조원으로 훌쩍 뛰었고 올해 14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올 영업이익 5조 달성하나

SK하이닉스는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연구개발에 쓴 돈이 1조1440억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3분기까지 이미 1조원을 넘게 썼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은 반도체 시장 동향 등에 대해 기술적인 설명까지 할 수 있을 만큼 지식을 갖췄다”며 “시장 선두권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선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과도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월엔 세계 최초로 20나노급 비휘발성 메모리 모듈 16GB(기가바이트)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급작스러운 정전 때 D램에 있는 데이터를 안전하게 낸드플래시에 저장하는 최첨단 기술이다.

올 연말에는 3차원 낸드플래시 생산을 시작해 이미 양산 중인 삼성전자를 추격할 계획이다. 증권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 3조3800억원에서 1조7000억원 이상 뛰어 5조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