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電光石火' 김승연, 한화 사장단 인사…빅딜 후속작업 속도전
한화그룹이 계열사 사장 인사를 전격 단행하며 위기 돌파를 위한 채비를 갖췄다. 삼성과 방산·석유화학 빅딜 이후 이틀 만에 나온 것으로,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은 김승연 회장 특유의 속도경영이 다시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룹 전체가 초긴장 상태다.

한화는 28일 김창범 한화첨단소재 사장(59)을 한화케미칼 대표로 임명하는 등 5개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그룹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통상 3월에 실시하던 사장단 인사를 4개월가량 앞당긴 것이다.

지난 10일 금춘수 전 한화차이나 사장을 경영기획실장에 임명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최근 법원의 사회봉사명령을 모두 이행한 김 회장이 빅딜과 조기 인사 단행 등 잇따른 파격 경영 행보로 위기 돌파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채찍 다시 든 김승연

'電光石火' 김승연, 한화 사장단 인사…빅딜 후속작업 속도전
한화는 이번 인사에서 김 사장의 한화케미칼 대표 이동으로 공석이 된 한화첨단소재 대표에는 자동차소재사업부장인 이선석 전무(54)를 발탁했다. 한화갤러리아 대표에는 황용득 한화역사 대표(60)를 전보발령했고, 한화역사 대표에는 (주)한화 재경본부장인 한권태 전무(59)를 배치했다. 한화저축은행 대표에는 김원하 한화건설 경영지원실 전무(58)를 임명했다. 방한홍 전 한화케미칼 사장, 박세훈 한화갤러리아 전 대표, 김승규 한화저축은행 대표 등은 고문직을 맡아 일선에서 물러난다.

그룹 관계자는 “점차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검증된 역량과 경륜을 갖춘 인물들을 전진 배치했다”며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약화된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장단 인사가 속전속결로 단행되면서 그룹 임직원들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금 사장이 경영기획실장에 재기용되면서 예고했던 강도 높은 인적쇄신이 시작됐다는 분석에서다. 이번 인사가 철저한 성과 중심으로 이뤄진 만큼 후속 임원 인사폭도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신임 대표이사로 발탁된 이 전무는 자동차경량화소재인 유리섬유 강화 열가소성 플라스틱(GMT) 등을 세계 1위에 올려놓은 인물이고, 한화갤러리아 대표로 옮겨가는 황 대표는 지난 3년 동안 한화역사를 이끌면서 현장경영 등으로 불황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을 일궈냈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경영일선에 복귀한 김 회장이 빅딜 직후 곧바로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면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위기 타개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빅딜 후속 작업 속도

이번 인사로 삼성과의 빅딜을 마무리하는 작업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삼성 계열사 인수작업을 마무리할 태스크포스(TF)를 이끌 수장들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인수 TF는 한화케미칼 대표를 맡은 김 사장과 (주)한화의 화약·방산부문 각자대표인 심경섭 사장이 주도하게 된다.

김 사장은 화학 사업부문을, 심 사장은 방산사업부문 인수작업을 총괄한다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한화는 내년 1월까지 4개 인수기업에 대한 정밀실사를 마친 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 6월까지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한화는 비주력사업 매각 등 추가적인 사업재편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석유화학 태양광 금융 방산 등 주력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되 나머지 비주력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석유화학 등의 업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도 사업재편과 인적쇄신에 나선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