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복합할부 2R…카드·캐피털사의 반격
카드사와 캐피털사들이 신한은행 ‘마이카 대출’ 방식으로 카드복합할부 상품의 구조를 바꿀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캐피털사들은 자동차대금을 결제한뒤 한 달 후에 카드사에 자금을 지급하게 된다. 카드사들은 한 달 동안 사용자에게 신용을 공여하게 된다는 점을 근거로 자동차회사에 기존 1.9%(평균)의 가맹점 수수료율을 받아낸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일단락됐던 카드복합할부 상품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됐다.

◆신용공여기간 한 달로 늘린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복합할부 상품을 취급하는 A캐피털사와 B카드사는 상품 구조를 신한은행 마이카 대출 방식으로 바꾸기로 합의했다. 마이카 대출은 카드사로 하여금 자동차 구입대금을 결제하도록 한 뒤 은행이 카드사에 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카드복합할부와 구조가 비슷하다. 다만 신한은행이 신한카드에 대금을 지급하는 기간이 평균 30일이 걸린다는 점이 다르다. 카드복합할부는 신용공여 기간이 보통 1~3일에 불과하다. 마이카 대출 누적액은 10월 말 기준 1조5285억원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캐피털사와 카드사가 카드복합할부 상품 구조를 마이카 대출 방식으로 바꾸기로 한 것은 신용공여 기간을 늘려 자동차사의 수수료율 인하 요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현대자동차와 KB국민카드는 지난 17일 카드복합할부 가맹점 수수료율을 1.8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카드복합할부 성격이 단기간 내 결제가 이뤄지는 체크카드와 같다는 점을 인정,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적용키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신용공여 기간을 마이카 대출과 같은 한 달로 늘릴 경우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 캐피털사들의 판단이다.

◆추가 비용은 나눠내기로

캐피털사와 카드사가 마이카 대출 방식으로 카드복합할부 구조를 바꾸면 카드사들은 0.2%가량의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신용공여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KB국민카드가 현대차에 적용하는 수수료율을 0.35%포인트 인하한 데다 현대차가 다른 카드사에도 체크카드 수준으로 카드복합할부 수수료율을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B카드사는 추가 비용을 감수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0.2%의 추가비용은 카드사와 캐피털사가 분담하기로 했다.

내년 2월과 3월 각각 현대차와 가맹점 재계약을 앞둔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1.3% 수준으로 KB국민카드(1.5%)보다 낮다.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 마이카 방식으로 복합할부 구조를 바꾸면 자동차사에서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카드복합할부 논란은 지난 3월 금융당국의 복합할부 폐지 방침에 반발해 캐피털 업계가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금융당국이 지난 8월 상품 유지로 방향을 돌리자, 현대차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0.7%로 낮춰 달라고 요구하며 문제가 됐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