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이 삼성의 화학·방산 4개 계열사를 주고받기로 계약을 맺은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이 삼성의 화학·방산 4개 계열사를 주고받기로 계약을 맺은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그룹의 방위산업·석유화학 부문 매각은 한마디로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이다. 핵심 사업인 전자·금융·건설에 전력투구하기 위해 비주력 사업은 과감히 걷어내겠다는 그룹 수뇌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다.

삼성이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사업구조 재편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은 최근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도 시장 상황을 봐가며 재추진할 방침이다.

◆삼성, 방산·화학 왜 팔았나

삼성은 수년 전부터 방산과 석유화학 사업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둘 다 비주력 사업이라는 공통점 외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우선 방산은 스마트폰, TV 등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의 그룹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삼성 관계자는 “2년 전쯤 유럽 시민단체들이 ‘삼성은 인명 살상용 무기를 만드는 회사’라며 삼성 TV와 스마트폰 불매운동을 벌였고 작년에는 유엔이 인권보고서에서 ‘킬링로봇(인명 살상용 로봇) 때문에 민간인이 죽고 있다’며 삼성테크윈을 지목한 적이 있다”며 “그룹에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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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부문은 막대한 투자비가 드는 대규모 장치산업이라는 게 부담이었다. 삼성종합화학이나 삼성토탈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명함을 내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그룹이 지난 8월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사고 싶다”고 제안하자 삼성은 곧바로 “방산에 화학도 더해서 사가라”고 역제안했고 이후 매각 작업은 일사천리로 신속하게 진행됐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한화의 제안을 받은 지 3개월 만에 방산과 석유화학 부문 매각 작업을 마무리한 것은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주력 사업에 집중하려는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계열사 새판짜기 가속

삼성의 이번 계열사 매각은 지난해부터 벌여온 ‘새판짜기’ 작업의 연장선이다. 삼성은 7월 이후 이번 매각 전까지 삼성SDS의 삼성SNS 흡수 합병, 삼성SDI의 제일모직 소재 부문 합병 등 8차례의 사업·지배구조 재편 작업을 진행했다. 비슷한 계열사를 묶어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번 방산·석유화학 부문 매각은 그간 진행된 사업구조 재편과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1970년대 말부터 시작한 방위산업에서 완전 철수했고 석유화학 부문도 전자 부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소재 부문(삼성정밀화학)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손을 뗐다는 점에서다.

향후에도 사업재편 작업은 계속될 전망이다. 삼성은 중공업 부문 사업재편을 위해 최근 무산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도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매각 자금 어디에 쓸까

삼성그룹이 방산과 석유화학 부문 매각 자금을 어디에 쓸지도 관심이다. 이번 계열사 매각으로 삼성이 손에 쥐는 현금은 1조9000억~2조원에 달한다. 지분 매각으로 4740억원을 받게 되는 삼성전자는 “핵심 역량 강화와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도 “전자, 정보기술(IT) 등 주력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삼성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자금을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가에선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매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용석/정지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