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아낀 전력을 되팔 수 있는 전력거래시장이 25일 처음으로 열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부터 전기 소비자가 절약한 전기를 되팔 수 있는 시장인 ‘수요자원 거래시장(네가와트)’이 개장했다고 발표했다. 수요자원 거래시장이란 공장이나 대형마트, 빌딩 등 전력을 아낄 수 있는 기관 및 일반 소비자가 기존 사용량보다 적게 전기를 쓰기로 중개업체(수요관리사업자)와 계약을 맺은 뒤 수요관리사업자가 아낀 전기를 모아 한국전력에 판매하고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아낀 전기' 되파는 시장, 공장 등 954곳 참여
아낀 전력을 되파는 사업에 참여한 수요관리사업자는 현재 12곳이며 내년부터는 19곳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현재 12곳의 수요관리사업자는 954곳의 전기 수요자들과 계약을 맺은 상태다. 수요관리사업자는 절약한 전기를 얼마에 팔지 정한 후 오전 5~10시에 입찰할 수 있다. 거래는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전산거래망인 수요반응자원 전력거래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발전사의 한계 발전단가(가장 높은 원가로 생산된 전기의 단가)보다 수요관리사업자가 써낸 단가가 낮으면 낙찰된다.

또 이 시장에서는 매달 정해지는 거래기준가격(NBT)이 발전소의 발전단가보다 낮아야 거래가 성립한다. NBT는 한전이 가져가는 수익이 수요관리사업자가 가져가는 수익보다 많도록 설정된 가격이다. 한전이 이 제도로 인해 손해를 볼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개장 첫날 입찰자는 없었다. 발전 평균단가(㎾h당 135.8원)가 11월 NBT(148원)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전력 업계 관계자들은 다음달 중 기온이 더 떨어져 전력 수요가 많이 늘어나면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종철 산업부 전력진흥과 과장은 “날씨가 추워지고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 발전소들은 발전단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기 등을 돌려야 한다”며 “발전단가가 높아질수록 수요관리사업자가 제공하는 ‘아낀 전기’가 낙찰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발전소들은 발전단가가 싼 원자력, 석탄, LNG, 중유·경유 발전소 순으로 발전기를 돌린다. 놀리고 있던 경유발전소까지 가동해야 할 상황이 오면 소비자들로부터 ‘아낀 전기’를 싼 가격에 구매해 쓸 수 있다. 전력 수요가 많아지면 NBT도 130원대로 내려간다.

수요자원거래시장은 기존 전력시장의 수급 안정성을 보완해준다는 의미가 크다. 김 과장은 “수요자원거래시장은 원전 등 발전소에 갑자기 문제가 생겨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거나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이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