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고 관련 예산 2500억원을 증액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18개월 넘게 끌어온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빈곤층 13만7천명, 생계급여 새로 받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7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기초생활 수급자 선정 기준이 되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교육급여에서 완전히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또 부양의무자의 소득인정액 기준을 기존 정부안인 4인 가구 기준 302만원(최저생계비 185%)에서 중위소득(전체 가구소득 순위를 매겼을 때 가운데를 차지한 가구) 수준인 404만원으로 완화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중증장애인(1~3급) 가구의 경우 이 기준을 505만원까지 높이기로 했다. 그동안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빈곤층임에도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이 117만명에 달하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이날 합의는 그동안 야당이 주장해온 교육급여 부분에서의 부양의무자 폐지를 여당이 전격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법안소위 관계자는 “대신 부양의무자 대상에서 며느리와 사위를 제외하자는 야당의 주장도 폐기됐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가구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야당이 주장해온 완전 폐지 대신 일부 상향 조정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여야 합의로 지난해부터 국회에 계류돼 온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맞춤형 급여체계)의 국회 통과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커졌다. 개정안은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일 경우 모든 급여를 한꺼번에 지급하던 기존 방식이 아닌 생계, 주거, 의료, 교육 등 소득에 따라 달리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4인 가족 기준 현행 212만원에서 302만원으로 완화해 12만명을 추가로 제도권 보호 아래 포함시킬 계획이었으나 국회에서 합의가 안돼 제도 시행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날 합의로 부양의무자 소득 기준이 404만원까지 높아지면서 기존 정부안에 따른 추가 수급자 12만명에 더해 1만7200명(중증장애인 가구 포함)이 추가로 수급자 자격을 얻게 됐다. 이에 더해 교육급여 부양의무자 기준도 폐지되면서 교육급여 탈락 위기에 놓였던 40만명이 연간 11만원의 급여를 더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부양의무자 소득기준 완화(2000억원)와 교육급여 부양의무자 폐지(440억원), 중증장애인 부양의무자 소득기준 추가 완화(84억원) 등 총 2500억~2600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하루빨리 법안을 통과시켜 맞춤형 급여체계 제도 시행을 앞당기는 게 목표”라며 ”법안 통과 후에도 제도 시행까지 준비기간이 6개월 정도 소요되는 만큼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추가 수급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