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2분기 연속 ‘逆성장’…닛케이 급락 > 일본 내각부가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 연속 감소 했다고 발표한 17일 도쿄 시민들이 주식 전광판 밑을 걸어가고 있다. 이날 일본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는 GDP 충격으로 전날보다 2.96% 하락한 16,973.80을 기록했다. 도쿄AFP연합뉴스
< 日 2분기 연속 ‘逆성장’…닛케이 급락 > 일본 내각부가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 연속 감소 했다고 발표한 17일 도쿄 시민들이 주식 전광판 밑을 걸어가고 있다. 이날 일본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는 GDP 충격으로 전날보다 2.96% 하락한 16,973.80을 기록했다. 도쿄AFP연합뉴스
일본 엔화 약세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엔 캐리 트레이드가 부활하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엔화 자금 유입이 확대되고, ‘와타나베 부인’(일본의 개인투자자)의 한국 주식 쇼핑도 늘고 있다. 엔 캐리가 국내 증시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투기성이 강한 만큼 국내 금융 및 외환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시장에 돌아온 엔 캐리

금융정보회사인 CEIC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주식과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 9월 일본의 해외 주식 순매수 금액은 무려 1조3983억엔(약 13조2000억원)으로 1996년 CEIC 집계 이래 월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달보다는 63% 급증한 규모다. 전문가들은 2005년부터 2007년 사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위용을 떨쳤던 ‘엔 캐리 트레이드’의 재연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국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연속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된 일본 거주자 투자금액은 3조3240억원에 이른다. 국내에 들어온 일본 거주자 투자금액 총액인 9조6080억원의 3분의 1이 넘는 돈이 이 기간 유입됐다. 일본계 금융회사 국내 법인을 통해 들어온 ‘꼬리표가 없는 자금’까지 합치면 훨씬 많은 엔화가 원화 자산시장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8월까지 5개월간 일본은 해외시장 중 한국에 약 8.2%를 투자했다”며 “신흥국 중 가장 많은 규모”라고 설명했다.
[한국 재상륙한 엔 캐리 자금] '와타나베 부인' 한국 주식 쇼핑 중…日자금 4월이후 3조 몰려와
○M&A시장에도 엔화 열풍

일본 내부의 풍부한 유동성과 엔화 약세 전망은 일본 금융회사들의 한국 내 영토 확장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기업 인수전에서 국내 회사들보다 저렴한 자금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 금융그룹 제이트러스트는 이달 초 국내 캐피털업계 2위 아주캐피탈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러시앤캐시’로 유명한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올해 초 예나래·예주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OK저축은행이란 이름으로 제도권 금융에 입성했다. 일본 SBI그룹은 현대스위스저축은행(현 SBI저축은행) 경영권을 인수하는 데 1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엔 자금, 추가 유입 기대

전문가들은 한동안 엔 캐리 자금의 국내 유입이 이어질 것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오 팀장은 “일본의 달라진 해외투자 패턴과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투자 확대가 주식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지금부터 내년 3월까지가 한국 주식에 대한 일본계 자금의 매입 강도가 가장 강한 시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코스피지수를 2000년대 중반 수준으로 크게 끌어올릴 만큼 파괴력이 있을지에 대해선 이견이 나온다. 나한익 노무라금융투자 전략담당 이사는 “한국 주식시장은 평균 시가배당률이 1%에 불과하고, 채권시장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며 “한국을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볼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 엔 캐리 트레이드

yen carry trade.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다른 나라의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한 뒤 환차익과 금리 차를 얻는 투자 방법. 유입과 유출이 빠르고 수익을 좇는 투기적 성격이 강해 국제금융시장의 ‘핫머니’로 꼽힌다.

이태호/송형석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