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음 커지는 경제] '골다공증' 심해진 한국 수출…100弗 팔면 45弗 해외로 빠져나가
한국이 수출로 번 부가가치의 절반 가까이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중국 등의 부가가치 해외 유출률 두 배에 달한다. 중간재를 수입해 단순가공하는 ‘박리다매형’ 산업구조에 머물고 있어서다. 기술보다 가격으로 승부하는 수출구조로는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 아래 숨겨진 ‘위기의 전조’라는 관측도 있다.

◆100달러 수출해 55달러 남겨

[경고음 커지는 경제] '골다공증' 심해진 한국 수출…100弗 팔면 45弗 해외로 빠져나가
현대경제연구원은 16일 ‘수출 부가가치 유출률의 국제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각국의 수출 부가가치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분석했다. 2011년 세계투입산출자료(WIOD)를 통해 집계한 국내 수출의 부가가치 유출률은 44.7%에 이른다. 한 해 100달러를 수출했다면 이 가운데 45달러가 중간재 수입 등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갔고 55달러만 국내에 남았다는 뜻이다.

이는 제조업 강국인 일본(18.7%) 미국(19.9%) 중국(23.3%) 독일(30.5%)의 해외 유출률에 비해 크게 높다. 한국 수출의 부가가치 6.6%는 중국으로 빠져나갔고 유럽연합(EU, 4.4%) 일본(4.4%) 등에도 적지 않은 몫을 떼줬다. 제품이 복잡해지고 분업화한 만큼 부가가치 유출률은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국내 산업의 근본적인 약점도 있다. 석유 석탄 등 에너지 자원을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해외에 지급하는 비용이 높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한국의 유출률은 2007년 38.7%에서 4년간 6.0%포인트 급등했다. 독일(0.8%포인트) 일본(2.1%포인트) 등과 속도 차가 크다. 중국의 부가가치 유출률은 같은 기간 3.3%포인트 하락했다.

◆부품 등 ‘산업 허리’가 취약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은 박리다매형 가공무역 구조가 유지되면서 수출의 고부가가치화가 중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큰 기술이 필요없어 높은 이익이 나지 않는 단순조립 방식으로 인해 고부가·고기술 제품을 만들기 위한 재투자까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업종별로는 중화학공업의 부가가치 유출률이 45.4%에 달해 4개국 평균(24.4%)의 두 배에 가까웠다. 석유석탄 정제·핵연료 제조업의 유출률은 88.2%로 4개국 평균(52.3%)과 35.9%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화학제품(52.5%), 철강 등 금속광물 제조업(47.7%)도 수출 실적의 절반만 국내에 남는 구조였다.

특히 산업의 허리를 이루는 소재, 부품산업이 약한 것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주요 중간재 수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7%로 일본(2.3%) 미국(2.5%)보다 훨씬 높다.

◆양적 성장에 안주한 탓

기술경쟁력도 낮다. 기술수입액 대비 기술수출액은 0.41배(2011년 기준)로 아직 적자다. 일본(5.75배)은 기술수출액이 수입액의 5배에 달하고, 독일(1.15배) 미국(1.46배)도 기술수지 흑자다.

경제 전반의 비효율성도 경쟁력을 깎는 요인이다. 한국 제조업의 생산성(피고용자 근로시간당 부가가치 생산액)은 시간당 24.6달러로 미국 일본 독일 평균(62.8달러)의 39%에 머물고 있다. 비슷한 부가가치를 생산하려면 선진국보다 훨씬 많은 노동과 자본을 동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애써 수출을 해도 이익이 별로 남지 않는다면 성장잠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국내 기업들의 수출은 해외 교역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한 측면이 컸다”며 “양적 성장에 안주하다가는 세계 수출시장에서 한국산이 설 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재와 부품 국산화를 추진하는 한편 기술경쟁력을 높여 제대로 된 수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