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13일 “케이블TV사업자 씨앤앰과 대주주 MBK는 비정규직(하도급) 근로자 대량 해고를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도급업체 소속이었다가 해고된 근로자들은 원청인 씨앤앰과는 원칙적으로 관계가 없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씨앤앰에 해고 철회는 물론 파견법에 따라 직접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 발목 잡는 '5大 노무 리스크'] 제조업 이어 서비스업까지…무섭게 번지는 사내하도급 갈등
노동계는 최근 이 같은 하도급 근로자의 원청 정규직화 투쟁을 전방위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와 쌍용차, 한국GM 등 제조업 사내하도급을 중심으로 시작해 최근에는 삼성전자서비스, 씨앤앰,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서비스업체까지 하도급 갈등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월 서울중앙지법이 내놓은 현대차 사내하도급 판결은 이 같은 하도급 갈등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서울지법은 사내하도급 근로자 1247명에 대해 ‘적법한 사내하도급이 아니라 불법 파견에 해당하기 때문에 원청인 현대차 정규직 직원’이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의 근거인 파견법은 경비·청소 등 32개 업종에서만 제한적으로 파견근로를 허용하며 제조업 등 다른 업종에서 파견근로를 쓰면 원청 직원으로 의제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경기 변동에 대처하기 위해 하도급을 활용한다. 하도급은 원칙적으로 원청이 하도급 근로자에게 직접 근로 지시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파견과 다르다.

그런데 서울지법은 이번 사건에서 현대차가 근로 지시를 하지 않기 위해 만든 ‘작업 표준서’를 오히려 근거로 삼아 파견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노동계는 이 판결을 근거로 “모든 사내하도급은 불법 파견”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산업계는 이 판결의 여파가 제조업 전반은 물론 서비스업 등 다른 업종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지법 판결 취지대로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원청 정직원으로 전환하면 연간 5조4169억원의 인건비 부담이 추가된다는 것이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파견근로가 극히 제한된 국내 법 체계에서 사내하도급까지 금지되면 기업들은 해외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제조업에서 촉발된 사내하도급 불법 파견 갈등은 하도급을 활용하는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2011년 7월 복수노조 도입 이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이 노조 조직률이 낮은 하청업체들을 집중 공략한 결과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TV업체 씨앤앰과 티브로드 하청 노조는 민주노총 주도로 지난해 3월 말 설립됐다. 노조 가입 인원은 씨앤앰이 대상자 1100여명 가운데 600여명, 티브로드는 1500여명 중 400여명이다.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노조 결성이 늘고 단체행동에 나서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노사분규도 급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노사분규 건수는 88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6% 늘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