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자금은 두 배 이상 늘었지만, 중소기업들의 자금 사정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단기대출 위주의 자금 조달 방식을 바꿔야 만성적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中企 자금지원 '밑 빠진 독'
대한상공회의소는 3일 ‘중소기업 자금조달 구조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내고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자금 사정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지원한 대출자금은 2004년 243조7000억원에서 작년 말 489조원으로 급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중소기업 대출자금 비중(2012년 기준)도 33.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았다. 그러나 중소기업 자금 사정은 갈수록 더 나빠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매년 내놓는 중소기업 자금사정지수를 보면 2010년 88.9를 기록한 이후 2011년 85.3, 2012년 80.9, 작년 80.1로 4년 연속 하락했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돌면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현철 대한상의 선임연구원은 “중소기업들이 주식·채권 등 직접금융보다 은행대출 등 간접금융 의존도가 높다”며 “대출 형태도 중소기업의 70.5%가 만기 1년 이하 단기대출에 집중되면서 자금 사정이 악화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상의가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한 자금 조달 방식 조사에서도 92.3%가 ‘은행대출 등 간접금융을 통해 조달한다’고 답했다. ‘내부자금을 이용한다’는 6.7%, ‘주식·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는 1%에 불과했다.

대한상의는 이런 구조적 문제점은 정부나 은행의 단순 자금 지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독일, 일본처럼 은행들이 자금 지원과 함께 컨설팅, 교육 등 비금융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관계형 금융’ 지원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