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얼마나 심각하길래…朴, 2년 연속 시정연설 "법안 통과 안되면 경제성장률 더 추락"
박근혜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임기 중 두 번째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 것은 그만큼 현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연초 완연하게 회복 기미를 보이던 경기는 세월호 참사로 큰 타격을 받은 데 이어 최근엔 원고-엔저, 중국 경기 둔화, 유럽 경기 침체 지속 등 대내외 악재에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24일 발표된 한국은행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이런 어려움을 집약적으로 보여줬다. 경제 버팀목이었던 수출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제조업 성장률은 22분기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질쳤다. 설비투자도 마이너스를 기록해 기업들의 투자심리는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이 가시화될 경우 한국에 들어온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기업이 생산과 투자 부진으로 움츠러드는 가운데 가계는 1000조원이 넘는 빚더미에 깔려 있다. 한은이 지난달 말 발표한 ‘2014년 9월 통화신용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7조원 증가한 가계대출은 올 상반기에만 19조6000억원 늘어나 총 1090조원을 기록했다. 소비 여력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재정 확대를 통해 경기 회복 불씨를 지피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경기가 기대한 만큼 살아나지 않을 경우 자칫 국가의 재정 건전성만 훼손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우려다. “재정적자를 늘려서라도…”라는 박 대통령의 언급은 미래 재정의 부담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관건은 국회의 협조다. 정부는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30여개의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를 전제로 내년 성장률을 4.1%로 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관련 법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투자 확대와 소비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은 “경제활성화 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4분기와 내년 성장률을 몇 % 깎아내릴지는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국회에 대한 불신도 상당한 편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22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경제전문가 50명 전원은 국회의 경제 회복 기여도에 낙제점인 C 이하를 줬다. 박오수 서울대 교수는 “정부가 경제를 살리는 정책을 내놓고 규제를 푸는 법안을 만들면 국회는 성실하게 심의할 의무가 있다”며 “지금까지 국회는 그 의무를 외면해왔다”고 지적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